쾅! 지구에서 7만 광년
마크 해던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0년 3월
절판


"그거 좀 위험하지 않아?" 나는 초조하게 말했다. 이미 상황은 충분히 나빴다. 만약 선생님들이 내가 자기들의 사적 대화를 엿들었다는 사실을 눈치챈다면, 나는 강제로 교문 밖으로 끌려나가 오후 간식 시간이 되기도 전에 펜햄에 처박힐 것이다. 찰리가 어깨를 으쓱했다. "물론 위험하지. 위험하지 않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34쪽

언젠가, 아줌마가 말싸움 도중에 도마를 주방 저편으로 집어던지는 걸 본 적이 있다. 말하자면 아줌마는 보통 성인이 지키는 기본적인 규칙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다. 지금도 딱 그랬다.-35쪽

찰리는 빅토리아 시대 굴뚝 청소부처럼 생겼다. 뾰족한 얼굴, 작고 둥근 눈, 사방으로 뻗친 머리카락, 두 치수는 족히 큰 옷. 그렇다고 눈에 잘 띄는 건 아니었다. 수업시간에 거의 말을 하지 않았고, 운동장에서 싸움이 일어나면 피했다. 찰리는 언제나 잘 보이지 않는 곳 어딘가 벽에 기대서서 여러가지를 주시하고 있는 그런 녀석이었다.-31쪽

엄마는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아빠는 엄마가 만족스러워해서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나는 엄마 아빠가 서로 만족스러워해서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누나는 무척 불행했고, 누나의 불행은 언제나 내 기쁨이다. 그리고 어쨌거나 누나는 부루퉁해져서 그냥 자기 방에 틀어박혀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정말이지 멋진 시간을 보냈다.-66쪽

"털석."
"뭐라고?"
"털썩. 그게 이름이야." 브리트니가 다리 하나를 삭막한 풍경에 대고 흔들었다.
"털썩!? 내가 들어본 이름 중 최고로 한심하네."
브리트니는 단호하고 화가 난 표정을 지었다. "그건 우리 말로는 가장 심각하고도 찬란한 이름이라고."
"아."
"너네는 '달'이라는 말이 있지? 그건 우리말로 하면 방귀를 뿡뿡 뀐다는 뜻이야."-232쪽

어쩌면 하와이풍 셔츠를 입은 밥 아저씨가 옳았는지도 모른다. 알려져 있는 은하계 저편의 행성에서 산다면 멋진 일이었겠지. 하지만 거기서 탈출해서 다시 집에 돌아간다는 건 그보다 더욱 멋진 일이 아닐까. 하지만 무엇보다도 멋진 일은, 가장 친한 친구를 되찾았다는 사실이었다.-3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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