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과 동시에 결혼을 하고 바로 석사과정을 시작해서 임신 출산 육아를 하다보니 박사과정 수료까지 딱 10년이 걸렸더라구요. 지난날을 뒤돌아보니 공부하랴 살림하랴 애보랴 일하랴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으로 열심히도 살았더라구요. 낮에는 애 어린이집을 보내놓고 재택근무를 하거나 강의를 나가거나 일을하고, 아이가 하원하면 집안일을 하고 9시에 아이와 함께 잠이 들어 새벽 2시에 일어나서 아침까지 공부를 했어요.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서 늘 잔병을 안고 살았지만, 내가 선택한 길에 대한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살았던거 같아요.
내일모레면 불혹을 앞두고 있는데 공부는 현재진행형도 아니고 고요한 물웅덩이같은 시간에 갇혀있어요. 아직 박사학위논문을 통과하지 못했으니, 졸업이라는 마침표를 찍지 못해서 늘 찜찜한 마음이 가득하지만, 이제 진짜 글자 꼴도 보기 싫은 지경에 이르렀네요. 박사수료 후 1년여 세월을 이렇게 정체된 채로 '나는 이제 무리다.', '한계에 다다랐다.', '더 이상은 못하겠다.','이만하면 잘했다.','공부를 너무 많이해서 몸이 안아픈데가 없다.' 등 스스로 마음의 위로를 하면서 제 한계를 단정지었나봅니다.
<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책을 삼분의 일쯤 읽었을때 문득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대학교와 대학원까지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공부를 해왔는가에 대해 갑자기 의문이 들어 생각해보기 시작했어요. 그전에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정의였더라구요. 저는 그냥 단순히 공부가 재밌어서 시작했고, 하다보니 그럭저럭 괜찮게 살고 있는거 같은 느낌이 들었고, 계속되는 일의 연속을 끊어낼수 없어서 여차저차 여기까지 온듯했어요.
그런데 공부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이 책에서 발견했어요.
p.81 _ 공부를 시작해보니 자꾸만 내 안에 좋은 것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느낌도 좋았지만, 내 인생을 귀하게 보살피고 착실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것 같은 기분이 더 근사하고 신났어요.
유레카!
박성혁 작가님은 공부하는 이유는 내 인생을 귀하게 여기고 보살피는 것. 공부는 오롯이 나를 위한 일이라는 것. 미래를 착실하게 준비하는 것이 얼마나 값지고 근사한 일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목소리내고 계시더라구요. 맞는 말이예요! 이게 공부하는 이유이자 진리인거죠!
앞으로 내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마음가짐'을 다시 단단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저는 마침표를 찍기위해 안되는 이유가 오조오억개나 됐었는데요. 사실 알고 있었어요. 내 마음이 하기 싫어서 밀어내는 것을요. 책 중간에 망매지갈이라는 사자성어가 나오더라구요. 처음 듣는 사자성어였지만 굉장히 마음의 울림이 있어서 인생모토로 삼을려고요. 그 어떤 환경이라도 오로지 '마음'만있다면 힘을 낼 수있다니 역시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숙어가 괜히 있는게 아니였나봅니다.
오늘이 내 인생 최고의 공부하기 좋은 날! 마음 속에 새기도록 할게요.
책 뒷부분에는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기대하는 마음들을 써두셨더라구요. 사실 저는 성인이기 때문에 나에 대한 미래와 기대로 저에게 투자해주는 사람은 남편이예요! 결혼하자마자 대학원에 입학했으니 저의 최대 투자자는 남편인거지요. 늘 감사하게 생각하곤 했지만 어쩌다 한번씩 내뱉는 '언제 논문쓰냐', '공부는 안하냐'는 잔소리를 남편에게 듣고 있던터라 그 잔소리가 굉장히 거슬렸는데요. 이렇게 보니 남편이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였고, 내 인생을 아주 귀하게 생각해주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니 조금 먹먹해지네요... 하하하... 오늘 저녁은 남편이 좋아하는 갈비찜을 대령해야겠어요 하하..
첫애가 아직 초등학교 3학년이라서 지금 당장은 읽을 수 없지만, 조금만 더 크면 책을 물려줄수 있을거 같아요.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시대정신은 있으니깐요. 그때도 아주 훌륭한 책일거 같네요!
오랜만에 기분좋아지는 책을 만나서 감개무량입니다.
작가님의 공부관을 그대로 흡수할 수 있도록 재독, 삼독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