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설(春雪)

-정지용-

문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라.

우수(雨水) 들어
바로 초하루아침,

새삼스레 눈이 덮인 묏부리와
서느럽고 빛난 이마받이하다.

얼음 금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름 절로 향기로워라.

옹숭거리고 살아난 양이
아아 꿈같기에 설어라.

미나리 파릇한 새순돋고
옴짓 아니 하던 고기입이 오물거리는.

꽃 피기 전 철 아닌 눈에
핫옷 벗고 도로 춥고 싶어라.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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