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도록 시끄러운 정적에 관하여 반올림 58
사라 데센 지음, 박수현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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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시끄러운 정적에 관하여. 제목만 보고 떠올린 것은 역설이었다. 역설의 예로 이 제목을 사용하면 되겠군. 이런 생각. 

조용한 숲 속 한켠에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남자와 좀 멀찍이 떨어져서 앉아있는 여자의 표지 그림을 보며 얘네 둘의 서정적인 러브스토리인가보다 하며 읽기 시작했다. 중간 중간 번역이 매끄럽지 않아 좀 더 우리말스럽게 표현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지루하게 앞 부분을 읽었는데, 음악도 없이 이렇게 조용한 걸 어떻게 견디냐는 오언의 물음과 정적 속에서 드러나는 작은 움직임의 소리들을 '이것 봐, 난 금방 표시가 나쟎아. 정적이라는 건 정말 미치도록 시끄럽다니까."라고 표현한 부분을 읽으며 확 몰입하게 되었다. 아, 이거였구나. 미치도록 시끄러운 정적이라는 것이. 

애너벨은, 요즘 소위 말하는 mz세대들이 줄줄 꿰고 다닌다는 MBTI로 보면 ISFP? 

아무튼 내향형이다. 다른 사람들을 지나치게 배려하느라 자기의 감정은 덮어버리고 자기 마음보다는 타인의 기분을 먼저 생각하는. 자기의 기분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해 오해를 받으면서도 오롯이 그것을 감당하며 스트레스 받는. 

다행히 오언을 만나 함께 하며 음악을 통해 자기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연습을 하게 되고, 자기 마음이 힘들어서 회피했던 사건들을 마주하며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을 겪는다. 자기 마음 속을 들여다보고 자기가 가장 내고 싶어하는 목소리에 주목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이 책은 해피엔딩이다. 문제가 많았는데 전혀 문제없이 보였던 이 가족은 결국 그들만의 방식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정상적인 관계의 가족이 된다. 모든 문제가 다 잘 해결되어서 이게 너무 좋다.

어렸을 때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착한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해 싫어도 좋은 척, 울고싶을 때도 입가에 경련을 느끼면서 억지로 웃는, 그런 행동들을 했었다. 남들에게 싫은 소리 듣고 싶지 않고 손가락질 받고 싶지 않아 내 감정은 꽁꽁 싸매고 겉으로는 내 마음과 정반대의 행동을 했었다. 애너벨을 보며 자꾸만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나 그냥 안타까웠고, 좀 더 용기를 내길 바라며 애너벨을 응원했다. 그래서 애너벨이 자기 마음을 오롯이 들여다보게 되었을 때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 땅의 절반은 넘을 것 같은, 그 내향형의 친구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사람들을 서운하게 하는게 싫어. 상대를 위해 마음 속에 있는 말을 그대로 하지 않을 때가 있어. - P126

아무튼 안으로 움츠러들지 않고 자신을 밖으로 드러내 보이는 오언의 능력과 거침없는 솔직함이 나는 부러웠다. - P131

오언 : 음악에는 옳고그른게 없거든. 옳고 그름 사이의 모든 것이지 - P158

너무 조용하쟎아. 음악도 없이. 이것봐. 난 금방 표시가 나쟎아. 정적이라는 건 정말 미치도록 시끄럽다니까. - P170

정적이 더 마음을 어수선하게 만들었다. 그게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아무튼 나는 팔을 내밀어서 라디오를 켰다. - P181

침묵이 더 싫었어. 내 말은 적어도 다툴 때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안다는 뜻이야. 아니면 해결방법이라도 찾아볼 수 있쟎아.그런데 침묵은...알 수가 없어. 그냥... ‘그 자체로 무지무지 시끄럽지.‘내가 오언을 대신해서 말을 맺어주었다. - P186

말 안하는 것. 잘 생각해보면 그게 거짓말보다 더 나빠. 최소한 적어도 스스로에게는 진실을 말해야 한다는 소리야.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데 누가 믿어주겠어. - P190

단 한가지 기억을 둘러싸고도 그렇게 많은 변형이 이루어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는 옳고 누구는 그르다고 할 수는 없었다. 다만, 모두가 하나의 조각을 간직하고 있을 뿐. 그 조각들을 맞춰서 하나로 연결하면 그제야 제대로 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 터였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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