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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살 것인가 -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5월
평점 :
<2018년 6월> 어디서 살 것인가(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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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유현준 토크쇼를 보는 느낌의 책이다. 학교, 카페, 도서관, 공원, 쇼핑몰 등 우리가 늘 살아가는 공간에 대해 새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어서 그 공간을 다시 한 번 바라보게 되고, 그 공간이 나에게 주는 ‘의미’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공간을 중심으로 사회적 문제, 경제 이윤의 창출, 역사적 사실의 의미, 미래에 대한 설계 등 다양한 분야를 오가며 복합적으로 이야기한다. 시장 교체로 인한 도시사업 백지화, 기존문화와 관습을 준수하려는 공무원 조직과 건축과정의 갈등 등 정치적인 요소에 대한 따끔한 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현재의 건축에 대한 거침없는 의견을 표현하고, ‘냉장고를 부탁해’, ‘알쓴신잡’, ‘어쩌다 어른’등 트렌드적 요소를 가미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시대와 함께 호흡하는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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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이 아니라 ‘통섭’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책이기도 했다. 하나의 기준으로 모아버리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개성과 특징을 간직한 채 조화를 이루는 ‘통섭’. 건축이, 그로 인한 공간이 추구해야 하는 궁극적인 목적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의식을 갖게 해준다는 것이 이 책을 가치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읽다보면 건축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 뿐만 아니라 진짜 답다한 것들이 다 나온다. 이걸 언제 다 읽고 자기 것으로 만들었는지 경이로운 수준이다. 그래서 한편으로 건축이라는 것이 단순히 건물을 짓고 다듬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생활 전반에 어느 하나 놓치는 부분 없이 연관되어 있구나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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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살 것인가?’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의 다른 말이었다. 단순히 어떤 집에서, 아파트에서, 어느 지역에서 살지?가 아니라 나는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내가 필요로하는 자극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공간을 바라보는 것. 나를 아는만큼 공간이 보인다는 새로운 깨달음이 있었다. 내가 살아가는 공간을 다시 한 번 주욱 바라본다. 내가 자라온 공간들, 내가 스쳐지나가는 공간들, 내가 매일 출근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공간들, 그 속에서 알게모르게 영향을 받았던 나도 한 번 주욱 바라본다. 공간이라는 것이 인간이랑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이렇게 새로운 촉수가 생겼다. 인생이 더 신선하고 재미있게 다가올 것 같아서 괜히 설레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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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명의 사람은 그 가족과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더 잘 표현된다. 마찬가지로 건축물의 진정한 의미는 건축물이 사람과 맺는 관계 속에서 완성된다. 나와는 동떨어진 물질로만 건축물을 이해하려고 하면 우리는 건축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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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도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변화에 맞는 우리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야 한다. 돈이 많은 사람만 갈 수 있는 공간들로 채워 갈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무료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들이 다양하게 많아져야 한다. 그리고 그곳들은 자동차가 아니라 걸어서 갈 수 있을 만한 거리에 분포되어 있어야 하고, 서로 연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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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건축은 화목하게 하는 건축이다. 물론 건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갈등을 조금이라도 더 해소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이 세상에는 화목하게 만드는 건축이 더 많이 필요하다. 그러나 건축은 건축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하나의 건축물이 완성될 수 있다. 세상을 더 화목하게 하는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건축을 조금씩 더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과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제대로 읽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일에 도움이 되고자 쓴 책이다. 여러분이 이 책을 읽고 나서 주변의 공간을 읽어 낼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