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동력 -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는 힘
호리에 다카후미 지음, 김정환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자기계발서에서 위안을 느끼기는 처음이다. 나는 재밌는 것이 자주 바뀌고, 산만한 편이어서 진득하지 못하다. 어디에 정신이 팔리면 딴 것들이 머리에 잘 안들어오다보니, 어릴 때부터 '집중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뭘 하나 잡고 진득하게 해봐'라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그렇게 되지 않는 나를 붙잡아 봤지만 훨훨 날아다니는 내 흥미를 끝까지 잡지 못했다. 이 책에서 작가는 그래도 된다고, 여러가지를 동시에 해도 되고, 흥미로운 것을 마음껏 해도 좋다고 '다동력'에 대해 자신감있게 쭉쭉 이야기한다.

다동력, 이것은 각기 다른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해 내는 힘을 의미한다. 그러나 '다동력'을 지닌 사람은 관심의 대상이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산만하기 짝이 없다. 잊어버리기 일쑤, 잃어버리기 일쑤, 때로는 주의를 게을리하다 다치기도 한다. 때론 해야 할 일은 제쳐 놓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한다. 양다리의 상승효과라는 말이 있다. 일과 놀이에 경계선을 긋지 않고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것을 만날 때마다 계속해서 뛰어든 결과 무수한 다리를 동시에 걸치고 살게 되어 다동력을 갖게 되었다는 말이다. 시대는 크게 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가치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직함을 3개 이상 가지게 되면 우리의 가치는 수만 배 늘어나는 것이다.

이 책은 꾸준함과 성실함 등의 가치관과 나도 모르게 세뇌당했던 고정관념들에 대한 공격의 책이다. 백지 상태에서 자신이 가진 흥미, 재미, 에너지만 두고 생각한다. 다동력의 원천은 호기심과 집중력인데, 이를 위해서는 '빠져들었다가 싫증 내기'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빠져드는 것도 재능이고, 그런 경험이 있는 사람이 다른 분야에서도 흠뻑 빠질 수 있는 것이다. 100점을 맞기 보다는 80점을 맞을 수 있는 다양한 분야를 개발하는 것이 더 낫다는 말에 크게 공감했다.

안정과 꾸준함을 추구하는 우리나라의 문화적 특성과 비슷한 일본에서의 예시가 많다보니, 그 상황을 상상하고 이해하기도 쉬웠다. 그리고 이 작가의 강점은 어느 자기계발서에나 나오는 뻔한 충고의 말인데, 뻔하지 않은 자신만의 경험과 사례로 풀어나간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들의 연결이 굉장히 명확하고 경쾌하기까지 하다. 예를들어 원액(엑기스)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부분에서는 그 조건으로 교양과 검색, 질문 등의 요소들로 자연스럽고 지루하지 않게 풀어낸다.

모든 책이 그렇듯,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그래서 매 챕터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과제들이 나와있어서 참 좋았다. 해보지 않더라도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었다. 특히 잠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챕터에서 '책을 덮고 자자'라는 실천사항은 압권이었다. 책 전체가 호흡이 짧아서 지루하지 않고, 서두와 결말에는 깔끔히 정리해두어서 핵심을 파악하기에도 수월하다. 전반적으로 편집이 잘 된 책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일본 특유의 허세, 자신만만한 괴짜같은 느낌, 너무 단정적인 주장에 거부감이 드는 사람에게는 역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에너지가 상당하고 관심사가 다양한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 그만큼 비판도 클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역시 믿고 보는 을유문화사의 책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뻔한 자기계발서지만 전혀 뻔하지 않다.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을 도전하고 실천하라는 뻔한 외침이지만 머릿 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전혀 다르다. 이게 제대로 된 울림이 아닐까? 인생에서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고 양다리 걸쳐가며 요리조리 살아도 된다고 하니, 두려워말고 힘차게 팡팡 발랄하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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