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103 소설Y
유이제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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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이라는 공간은 암흑 속 끝이 보이지 않는 답답하고도 폐쇄적인 장소이자, 그 어둠 속을 견디어 나아가면 곧 새로운 곳으로의 이동과 연결을 의미하는 이중성이 있다.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받은 책 “터널 103”이라는 제목이 주는 이런 이중적 느낌은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증폭시켰다.
✍️전형적인 영웅서사를 따르는 구조인 이야기는 주인공 다형이 터널 속 주민들을 구하기 위해 익숙한 세상인 터널에서 벗어나 영웅의 길을 나서고 그 여정에서 동지와 적을 만나게 되며 고군분투 끝에 터널로 돌아와 주민들을 구하는 플롯이다.
어느 이야기들이나 흔히 취할 수 있는 서사구조 속에서 이야기가 빛이 나려면 주인공이 겪는 일들이 개연성이 있어야 할 것이고, 조력자와 적대자가 개성적인 역할을 해주어 이야기에 활기를 띄울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적대자는 크게는 “인간의 이기심”이고 그로 인해 만들어진 크리쳐들인 무피괴와 네피림이 주요 빌런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익숙한 좀비물에서처럼 그들은 “실패한 실험생체용사”이외의 어떤 서사도 갖지 않기 때문에 그저 주인공의 여정을 가로막는 괴생명체에 불과하게 느껴진다. (반면 스위트홈의 괴물들은 내면의 욕망이 표출되는 모습이기에 그 자체가 곧 서사가 된다!)
오히려 소설 속 인간이지만 인간이기를 포기한 지독하고 이기적인 조태관과 황필규같은 캐릭터들이 적대자로서의 긴장감을 더 유발하는 것 같다.
✍️영웅서사가 가장 아름다운 이유는 고통스러운 여정 속에서의 영웅의 변화가 독자를 감동시키기때문이다.가장 중요하지만 혼자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게 영웅이다. 그래서 보다 설득력 있는 적대자가 등장해야 하고 조력자와 멘토의 도움으로 영웅의 성장이 그러질 때 독자도 더불어 성장하게 된다. 소설 속 다형에게는 조력자도 강력한 적대자도 있지만 16살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미 배려와 희생정신과 인내를 다 갖춘 듯 묘사가 되어 상대적으로 변화의 모습은 미미하고 그래서 아쉽다.
✍️터널에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살아남은 이들의 협력 덕이었지만 그들이 향하는 내륙은 그들에게 새로운 “미지의 세계”로의 또다른 여정이라는 뉘앙스를 물씬 풍긴 채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차폐문을 막아 무피귀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했던 내륙인들에게 40년간 터널에서 혹은 고립된 섬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귀환은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만약 이 소설이 시리즈로 만들어진다면 2편부터야말로 흥미롭고도 막강한 “이기심”덩어리 적대자의 등장과 주인공의 내적 성장과 변화가 기대되는 이야기이겠다!
✍️무피귀와 네피림등의 크리쳐들과 맞서는 마지막 4분의 1 분량은 긴장감이 넘치면서도 영상을 보는듯하게 묘사가 되어서 신나게 책장을 넘겼다. 지형물과 배경에 대한 묘사도 작가의 섬세함을 돋보이게 한다.
✍️초반에 다형이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민폐캐릭터로 전락하는 줄.. 조심하자 쫌! ㅋㅋ
✍️시리즈가 나온다면 “싱아”가 가지는 서사가 제일 궁금하고 제일 막강할 듯 하다!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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