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의 시선 (반양장) - 제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25
김민서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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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충격이나 슬픔을 겪은 이들에게 어쭙잖은 통찰을 늘어놓으면서 빨리 거기서 빠져나오라고 우리는 쉽게 ‘위로’를 건넨다.
슬픔의 본질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그 ‘위로’는 오히려 상처가 됨을,사실 우리 모두는 경험했으면서도 달리 그런 서투른 말밖에 하지 못하기도 한다.

✍️ 눈앞에서 아버지를 사고로 잃은 율.. 자기때문이라는 책망은 가슴 깊이 침잠하여 율의 고개를 떨구게 한다. 율은 사고 당시 사람들에게서 보았던 구경꾼과도 같은 태도에 환멸을 느낀다. 모든 인간은 어쩌면 가식적인 탈을 쓰고 있다고, 이기적이기 때문에 계산이 서지 않는 일에는 나설 이유가 없다고 스스로를 옭아맨다. 그것은 사슬일까,새끼줄일까?
적당한 위선과 거짓말이면 어떻게든 학교에서‘버틸만’하다. 그렇게 눈맞춤을 거부하며 그럭저럭 자신을 숨기며 살아가는 율. 모든 것을 갖춘 것 같지만 가난과 부모의 무관심이라는 결핍을 안고 있는 진욱, 화려한 겉모습으로 진욱에게 고백을 하여 친구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었던 지민, 존재하지만 아무도 그 존재를 인정해주지 않는 이도해, 그리고 씩씩하게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살고 있는 듯한 율의 엄마.
모두들 외딴섬처럼 둥둥 떠서 각자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외계인 같지만 이 깊은 심연들이 서로 부딪히고 파장을 일으키며 나아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서툴고 아프지만.

✍️ 학습된 무기력이 이도해의 진심어린 말들로 인해 덤벼서 풀어볼만한 ‘아기 코끼리의 새끼줄’처럼 느껴지고, 율은 자신도 모르는 새 지민과 진욱에게 진심어린 위로를 건네고 있었다. 이 효율도 이익도 계산하지 않는 순수한 위로는 어디서 온 것인가.

✍️ 아마도 그들 모두는 스스로의 결핍과 고통으로 인해 상대방의 슬픔을, 고통을 제대로 알기 때문이었던 것이 아닐까. “제대로 앎” 자체로 누군가를 위로해 줄 수 있는 것이다. 발끝만 보던 율은 상대가 보여주는 과장된 겉모습이나 말따위가 아니라 움직이고 주저하고 서성이고 절뚝거리는 발을 보았기에 진욱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었고 지민의 투정을 받아낼 수 있었겠지. 가장 깊은 수렁속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던 이도해가 율의 상처를 볼 수 있는 건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를 일이다.

✍️ 강약약강의 강이 아니라 그럼에도 나아가고 살아가기를 결심한 진정한 강함을 배운 아이들의 모습에서 안도와 위안을 얻는다. 우리의 시선은 어디를 향해 있는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이해득실을 따져 외면하는 것들은 혹시 없는지, 보이는데도 안보이는 척 하고 있지는 않는지. 시선이 머물 곳은 어디인지 생각해본다.

*창비청소년문학상수상서적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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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바람벽이 있어 - 백석 이야기 역사인물도서관 5
강영준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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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우리의 분단 문학사가 잃어버린 아까운 시인, 백석은 순수함, 토속적이며 향토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한 그리움의 시인입니다. 그의 삶을 더 알고싶고, 가르치는 아이들에게도 그의 시를 소개하고 싶던 차에 “북멘토” 출판사에서 역사인물도서관 시리즈로 “흰 바람벽이 있어”를 출간한다길래 서평단에 신청을 했습니다.
책은 백석이 23세에 조선일보 교정부에 입사한 당시의 이야기로부터 연대적 구성으로 전개됩니다. 운명같은 사랑을 만나고 순수하게 그 마음을 키우며 시를 써내려가는 백석의 모습을 통해 사슴과도 같은 순수한 시의 깊은 심연에는 작고 보잘것 없는 것들이 모여 모닥불과 같은 뜨거움을 만들어내는 그의 정신의 정수가 담겨 있음을 책에서는 그려냅니다.
특히, 자신을 발견하고 만들어내는 진짜 모던보이다운 면모를 놓치지 않고 어떤 권위나 영향에도 기울지않게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려는 백석의 모습이 그의 벗과의 대화에서 잘 드러나 시인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게 해줍니다.
일본 치하에서 모국어의 사용이 자유롭지 않고 모던의 물결 속에서도 영문학 전공자가 자칫 범할 수 있는 외래어의 혼용을 허락치 않는 그의 고고함은 바로 민중들의 지극히 평범하고도 일상적인 삶에서 시의 본질을 찾고자 한 그의 모국어 사랑이 빚어낸 결과가 아닐까요?
안타까운 월북 이후의 삶에 대해 우리는 아직도 정확히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그에 대한 영어덜트 눈높이의 책들이 출간되는 덕분에 시험 공부로 만나는 시가 아닌 그의 삶을 느끼고 이해하는 진짜 시 감상하기가 될 기회를 만들 수 있어서 좋은 기획이라 칭찬하고 싶습니다.
무던히도 자기 경계를 무너뜨리려던 시인, 불꽃 같은 시인의 삶을 느끼고 싶다면 같이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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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103 소설Y
유이제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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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이라는 공간은 암흑 속 끝이 보이지 않는 답답하고도 폐쇄적인 장소이자, 그 어둠 속을 견디어 나아가면 곧 새로운 곳으로의 이동과 연결을 의미하는 이중성이 있다.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받은 책 “터널 103”이라는 제목이 주는 이런 이중적 느낌은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증폭시켰다.
✍️전형적인 영웅서사를 따르는 구조인 이야기는 주인공 다형이 터널 속 주민들을 구하기 위해 익숙한 세상인 터널에서 벗어나 영웅의 길을 나서고 그 여정에서 동지와 적을 만나게 되며 고군분투 끝에 터널로 돌아와 주민들을 구하는 플롯이다.
어느 이야기들이나 흔히 취할 수 있는 서사구조 속에서 이야기가 빛이 나려면 주인공이 겪는 일들이 개연성이 있어야 할 것이고, 조력자와 적대자가 개성적인 역할을 해주어 이야기에 활기를 띄울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적대자는 크게는 “인간의 이기심”이고 그로 인해 만들어진 크리쳐들인 무피괴와 네피림이 주요 빌런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익숙한 좀비물에서처럼 그들은 “실패한 실험생체용사”이외의 어떤 서사도 갖지 않기 때문에 그저 주인공의 여정을 가로막는 괴생명체에 불과하게 느껴진다. (반면 스위트홈의 괴물들은 내면의 욕망이 표출되는 모습이기에 그 자체가 곧 서사가 된다!)
오히려 소설 속 인간이지만 인간이기를 포기한 지독하고 이기적인 조태관과 황필규같은 캐릭터들이 적대자로서의 긴장감을 더 유발하는 것 같다.
✍️영웅서사가 가장 아름다운 이유는 고통스러운 여정 속에서의 영웅의 변화가 독자를 감동시키기때문이다.가장 중요하지만 혼자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게 영웅이다. 그래서 보다 설득력 있는 적대자가 등장해야 하고 조력자와 멘토의 도움으로 영웅의 성장이 그러질 때 독자도 더불어 성장하게 된다. 소설 속 다형에게는 조력자도 강력한 적대자도 있지만 16살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미 배려와 희생정신과 인내를 다 갖춘 듯 묘사가 되어 상대적으로 변화의 모습은 미미하고 그래서 아쉽다.
✍️터널에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살아남은 이들의 협력 덕이었지만 그들이 향하는 내륙은 그들에게 새로운 “미지의 세계”로의 또다른 여정이라는 뉘앙스를 물씬 풍긴 채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차폐문을 막아 무피귀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했던 내륙인들에게 40년간 터널에서 혹은 고립된 섬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귀환은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만약 이 소설이 시리즈로 만들어진다면 2편부터야말로 흥미롭고도 막강한 “이기심”덩어리 적대자의 등장과 주인공의 내적 성장과 변화가 기대되는 이야기이겠다!
✍️무피귀와 네피림등의 크리쳐들과 맞서는 마지막 4분의 1 분량은 긴장감이 넘치면서도 영상을 보는듯하게 묘사가 되어서 신나게 책장을 넘겼다. 지형물과 배경에 대한 묘사도 작가의 섬세함을 돋보이게 한다.
✍️초반에 다형이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민폐캐릭터로 전락하는 줄.. 조심하자 쫌! ㅋㅋ
✍️시리즈가 나온다면 “싱아”가 가지는 서사가 제일 궁금하고 제일 막강할 듯 하다!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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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세트 (반양장본) - 전3권- 새 번역 완역 결정판
박지원 지음, 김혈조 옮김 / 돌베개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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