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는요?"
내가 중얼거렸던가. 언니가 모처럼 웃었다.
"그대로 있어. 근데 사실 그거 벙커도 아니야."
언니가 혓바닥을 아주 조금 쏙 내밀었다가 집어넣었다.
"남들이 버린 허섭스레기들 주워 모아서 얼기설기 만든 거지. 자기의 방을."
요즘은 내가 가끔 내려가, 라고 언니는 말했다. 그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저 엎드려 숨을 쉴 뿐이라고 했다.
"그러고 있으면, 이러려고 내가 살아왔구나, 살아가는구나, 그런 마음이 들어. 이 방에서 이렇게 숨을 쉬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