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잡문
안도현 지음 / 이야기가있는집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나는 거대하고 높고 빛나는 것들보다는 작고 나지막하고 안쓰러운 것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햇빛이 미끄러져 내리는 나뭇잎의 앞면보다는 뒷면의 흐릿한 그늘을 좋아하고 남들이 우러러보고 따르는 사람보다는 나 혼자 가만히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을 더 사랑한다. - P53

달력에 아무 표시도 없는 좋은 날이 내게도 있다. 오늘이 아무것도 없이 하얗게 비어 있는 날이다. 이런날은 복 받은 날이다. 내 몸을 아무도 저리 가라 하지않고 이리 오라 하지 않는 날이다. 마음아, 너도 징징거리지 말고 좀 쉬어라. - P62

오늘은 천천히 걷다가 양지 바른 곳에 앉아 양말을벗어봐야지. 내 맨발이 햇볕을 빨아먹다가 마구 키득키득거리겠지. 내가 바라는 나라가 그런 나라인데, - P66

이 못난 세상을 울음으로 들이받지 않으면 여름을건너갈 수 없어 매미는 운다. - P86

매미는 ‘맴맴‘ 울지 않는다. 매미가 맴맴 운다고 자동판매기처럼 문장을 쓰는 순간 우리는 매우 관습적인영혼 없는 인간이 된다. 적어도 매미는 여름여름 운다‘라고 다르게 쓰는 것이 시적인 순간을 만나는 첫걸음이다. 그러면 귀뚜라미는 어떻게 울까? - P87

아우슈비츠의 바퀴벌레는 그곳이 아우슈비츠인 줄모른다.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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