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
이은정 지음 / 마음서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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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한국 단편 소설집을 좋아해 꾸준히 찾아 읽고는 합니다. 예전에는 외국의 장편 소설들을 많이 읽었는데 어떤 책을 계기로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어쩌면 나이를 먹고 작은 일들에 관심을 더 가지기 시작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 단편 소설집은 한국 사람이라면 느낄 수 있는 정서들이 깊거나 혹은 잔잔하게 숨겨져 있어 좋은 것 같습니다. 그 느낌들이 어떨 때에는 감동을 주기도 하고 어떨 때에는 슬픔을 주기도 하지만 그 이야기들이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이 그 소설들이 소설로만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더욱 소설을 흥미롭고 재밌게 만들어 주네요.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

이은정 작가의 첫 소설집입니다. 저는 예전에 아는 분의 추천으로 이은정 작가의 산문집인 <눈물이 마르는 시간>이라는 책을 읽어보았는데 책의 내용에 공감이 많이 갔기에 좋은 느낌을 가졌던 기억이 있어 이 책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증을 가지고 소설을 읽어보았습니다. 책에는 8개의 단편 소설들이 있습니다. 목차의 맨 마지막에 있는 <개들이 짖는 동안>이라는 소설로 2018 동서문학상 대상을 받았다고 하여 그 소설부터 읽어보았습니다. 시대의 쓸쓸한 단면을 잘 이용한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년과 취업, 그리고 커피와 밤의 조화 속에 소설 자체는 쓸쓸한 느낌이 아니지만 읽고 나면 쓸쓸해지는 소설이었네요. 주인공이 개들을 보며 하는 생각이 재밌기도 한 소설이었습니다.

다른 이야기들 속에서도 사회의 어두운 구석, 혹은 슬픈 틈새를 주제로 이야기는 이어졌습니다. 그 이야기들 속에서는 어김없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 악역 같은 인물들이 등장하고는 했는데 그런 인물들이 우리의 주변에서 한 번쯤은 봤을 만한 인물들이라 더욱 질색을 하게 되네요. 책의 첫 이야기인 <잘못한 사람들>이란 소설은 끝이 너무 찝찝했습니다. 평범하지만 착한 주인공의 마지막이 너무 안타깝고 애처로워 역시 우리 사회는 이런 인물들에게 오는 결론이란 이런 것일까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이야기였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이야기는 <그믐 밤 세 남자>란 소설이 가장 좋았습니다. 아버지를 잃고 아버지가 계셨던 고향에서 낚시로 시간을 보내는 주인공. 그 옆에는 아버지의 친구인 태수 아버지가 꼭 나와 뭐라고 말을 붙입니다. 자신 때문에 아버지를 잃었다고 생각하는 주인공은 고향에 붙잡혀버렸습니다. 어두운 밤 주인공과 태수 아버지가 낚시를 하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며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구해준 사람은 옆 동네에 살고 있다는 시인. 시인과 함께 라면과 소주를 마시다 알게 된 태수 아버지의 사연. 시인의 그믐 달에 대한 이야기로 인해 태수 아버지, 주인공은 각자 아버지의 죽음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낚시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 잡은 물고기가 없어 가벼운 가방만큼 마음 또한 가벼워졌습니다. 그믐달처럼 점점 사라질 마음을 바라보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한국 단편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삶의 어둡고 쓸쓸한 이야기가 이 책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은 작가에 따라 조금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고 다르게 표현되기도 합니다. 이 책 또한 즐겁고 재밌는 이야기가 아니지만 단편 소설의 재미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고 작가의 첫 소설집인 만큼 다음 소설들을 기대해보게 되네요. 겨울로 계절이 넘어가던 길목에서 읽기 좋았던 책이었습니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 감상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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