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세트 - 전2권 생각뿔 세계문학 미니북 클라우드
조지 오웰 지음, 안영준 옮김, 엄인정 해설 / 생각뿔 / 2018년 9월
평점 :
품절


 

가끔씩 의식적으로 고전을 찾아 읽어보고 있습니다. 수많은 책들이 출판되는 현실에서 시간과 시대를 초월해서 꾸준한 사랑을 받는 책들에게는 어떤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읽어보니 많은 책들이 그랬습니다.ㅎ 그럼에도 아직 읽어본 고전 책들 보다 읽지 못한 책들이 많은데 그중 한 권이 이름은 무척 많이 들어보았지만 읽어보지 못했던 조지 오웰의 [1984]입니다.

 

책의 표지가 독특하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이 드네요. 저는 이 책의 내용을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을 가진 소설이라는 것만을 알고 있어 더욱더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책은 제 손만 한 크기로 휴대하기 좋아 외출이나 여행 때 가지고 다니며 읽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책의 처음에는 윈스턴이라는 인물이 나오고 그의 생활을 통해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이 시대의 현실과 상황을 나타냅니다. 이 시대의 현실이라는 것이 빅 브라더라는 절대자를 중심으로 한 당이 있고 그 당이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말살하여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독재와 같은 시대입니다. 이 시대의 배경 자체의 설정을 그가 이 책을 내놓은 1949년에 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저는 이 책의 시대 배경의 설정만으로도 이 책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시대 배경을 매혹적이게 적어놓았고 그 속에서 어떤 섬뜩함과 암울한 세계의 풍경은 미국의 SF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윈스턴은 이런 시대에서 빅 브라더를 찬양하는 당의 일원으로 진리부에서 일했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이런 사회의 모순과 억압에 반대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조금이라도 표현하거나 나타낸다면 바로 그는 잡혀가기에 표정을 숨기고 행동을 조심하며 살아갑니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이 사회의 분위기를 나타내는 부분이 있어 아래에 첨부하여 봅니다.

 

 

어떠한 경우라도 못마땅해 하는 표정을 지으면 바로 처벌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승전 소식이 보도되는 것을 듣고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는 것이 그러하다. 고작해야 그런 것만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었다. 그런 상태를 표현하는 신어까지 생겼는데, 소위 '표정죄'라고 불렀다.

(p. 119)


 

이렇듯 무서운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그는 그의 마음속 열망을 참지 못하고 일기를 쓰기도 하고 당의 규칙에 반하면서 줄리아라는 여성을 만나고 사랑을 하게 됩니다. 줄리아 또한 윈스턴과 같이 이 시대의 모순을 우습게 생각하는 인물이었고 그녀와 그는 당의 감시를 피해 만나고 사랑을 나누게 됩니다. 그렇게 행복한 생활도 잠시, 믿고 찾아간 오브라이언이라는 인물에게 배신을 당해 그들은 당에 체포되고 고문과 고통 속에서 당에 충성을 강요 당하며 새로운 인간이 되도록 만들어집니다.

 

이 책은 크게 3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은 윈스턴이라는 인물의 소개와 이 시대의 사회상을 나타낸 부분이고, 두 번째는 줄리아를 만나서 당에서 금지한 사랑을 하는 부분, 그리고 마지막 부분은 당에 체포되어 고문을 당하고 그 사회에 대한 정의와 사상 같은 것을 믿으라고 설득과 압박을 당하는 부분입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이 아주 안타까웠는데 아직 책을 읽지 않으신 분들도 계실 것 같기에 구체적으로 적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무척 안타까운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해는 가는 부분이었어요. 이런 것을 보면 일제 시대에 우리의 독립운동의 열사 분들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새삼 느껴봅니다.

이 책은 천천히 자세히 보는 것이 아주 좋을 것 같고 그렇게 읽으면 더욱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소설은 빨리빨리 읽는 책도 있는데 이 책은 작은 부분들에서도 이 사회의 모습을 은근히 나타내는 부분 등이 많기에 비교적 자세히 읽는 것이 소설에 푹 빠지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사회 분위기는 사실 그렇게 이질적이지는 않습니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듯 이 사회의 분위기가 독재 시대와 비슷한 부분이 있고 그런 부분에서 우리나라의 80년대의 어떤 모습과 조금은 닮아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개인의 죄를 조작하고 언론을 조작하고 개인을 감시하고 폭력으로 개인을 무너뜨리는 그런 모습들은 많은 한국 영화나 소설 등으로 보아왔고 그런 부분이 이 책 속 내용의 어느 부분과 놀랍도록 비슷하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이런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의 책은 거의 처음으로 접한 것 같은데 이런 책을 보면서 지금 시대의 상황을 다시금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점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개인의 자유와 사상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고 전체주의의 무서움 또한 느껴본 점이 좋았습니다. 인간은 역사를 통해 배우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의 아픈 역사였던 한 시점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인 이 책을 통해 좀 더 좋은 사회를 모색해 볼 수 있는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오브라이언은 손등이 보이도록 왼손을 쳐들고 엄지손가락을 감춘 후 네 손가락을 펴 보이며 말했다.

 "윈스턴, 내가 지금 들고 있는 손가락이 몇 개인가?"

 "넷입니다."

 "그러면 당이 네 개가 아니라 다섯 개라고 말한다면, 그러면 몇 개인가?"

 "그래도 넷이지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숨 가쁜 고통이 물밀듯 쏟아졌다. 다이얼의 바늘이 55를 가리키고 있었다. 윈스턴의 온몸에서 식은땀이 쏟아졌다. 가슴이 터져나가는 것 같았고 아무리 이를 악물고 버텨보려고 해도 신음이 새어 나오고 참기도 쉽지 않았다. 오브라이언은 여전히 네 손가락을 펴들고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레버를 늦추었다. 그러자 고통이 아주 조금 누그러졌다.

 "윈스턴, 손가락이 몇 개지?"

 "넷입니다."

 바늘이 60으로 올라갔다.

 "손가락이 몇 개지, 윈스턴?"

 "넷이요! 넷! 제가 다른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네 개."

 다이얼의 바늘이 더 올라갔겠지만 그는 보지 않았다. 심각하게 굳어버린 얼굴과 네 개의 손가락만이 눈앞을 가득 채웠다. 그 손가락은 기둥처럼 어마어마하고 어른어른하고 흔들리는 것 같았지만, 틀림없이 네 개였다.

 "손가락이 몇 개야, 윈스턴?"

 "네 개! 그만, 그만 좀 하세요! 도대체 뭘 어쩌자는 겁니까? 넷! 넷!"

 "손가락이 몇 개냔 말이야, 윈스턴?"

 "다섯, 다섯, 다섯!"

 "안 돼, 윈스턴. 그건 소용없어. 자네는 거짓말을 하고 있어. 여전히 자네는 네 개라고 생각하는 거야. 손가락이 몇 개인가? 말해보게."

 "네 개! 다섯 개! 마음대로 하세요. 그만해주십시오. 제발 그만요!"

 (p. 170)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 감상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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