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경제 위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태어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IMF가 터지고, 날로 심각해지는 청년 실업 문제와 한 평생 벌어도 내 집 하나 갖기 힘든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단순히 리먼 브라더스 사태 까지 따지고 들지 않아도 한국경제가 어려움을 잘 보고 들으며 살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사는 동안 경제위기가 없던 시대가 없었으니.
그러니 저자가 지적하는 위기의식이라는게 누군가에게는 새삼스럽게 느껴질 것도 같다.
그럼에도 나는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책과 희망을 들어보고 싶었다.
한평생 경제로 먹고 산 사람이니 적어도 선거철 정치하시는 양반들의 허무맹랑한 정책들 보다 현실적인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였다.
책은 총 3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1) 당신의 미래는 안녕하신가요? : 5년 1% 하락의 법칙과 우리의 미래
2) 잃어버린 성장 법칙을 찾아서 : 30년 성장과 30년 추락의 비밀들
3) 신세계를 향하여 : 모방에서 창조로 가는 비법들
(순서대로 읽기를 추천함)
파트 1에서는 우리가 사는 시대를 분석하고, 현실적인 유토피아는 어떤 것이며 어떻게 하면 그 유토피아에 다다를 수 있을지에 대해 얘기한다.
흔히들 말하는 금수저, 흙수저 처럼 운에 의해 좌우되는 현실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저자가 제시한 해결책은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 즉 유토피아를 만드는 것이다.
저자는 인생에서 가장 불공평한 것이 어떤 집안에서 태어나느냐가 아니라, 어떤 나라에서 태어나느냐라고 생각한다. 같은 흙수저라도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금수저가 될 수 있는(계층이동이 가능한) 기회가 있는 나라와 그런 기회가 전혀 없는 나라에서 태어난 것은 천지 차이라는 것이다. 누구나 금수저로 태어날 수 있는 나라를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라고 본다면, 저자가 말하는 현실적인 의미의 유토피아는 이 처럼 누구나 잘 살 수 있는 기회를 가진 나라를 말한다. 정확히는 소득의 원천인 '좋은 일자리'(= 직업과 상관없이 매년 소득이 빠르게 증가하는 일자리)가 충분히 공급되는 나라다. (이 부분에서 나는 과연 좋은 일자리에 있는 것인지 되돌아보게 됨)
그럼 좋은 일자리가 충분히 공급되는 나라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나라 전체의 국민소득이 빨리 증가해야 한다. 나라의 국민소득 증대능력은 국가의 경제성장률을 뜻한다. 다시 말해, 좋은 일자리가 충분히 공급되는 나라는 나라의 경제성장능력이 높은 나라인 것이다.
그럼 이 경제성장능력은 어떻게 측정하는가? 연간 경제성장률 처럼 단기성장률은 정부 정책이나 불규칙적인 단기적 변동요인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장기성장률을 이용한 측정이 보다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
여기서 소제목에서 나왔던, 그리고 프롤로그에서도 등장하고 이 책의 핵심 키워드인 '5년 1% 하락의 법칙'이 등장한다. 저자는 앞서 설명한 장기성장률의 발자국을 따라가다 이 법칙을 발견하게 되었다. 법칙의 내용은 간단하다. 말 그대로 1990년대 초 이후 대한민국의 장기성장률이 매 5년 마다 1% 포인트씩 규칙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9n년생인 내가 사는 동안 숨쉬듯 경제 위기를 보고 들은 이유가 바로 여기서 밝혀진다)
장기 성장률은 그 나라의 진짜 경제성장능력이고, 이 법칙에 따르면 우리라는 규칙적으로 경제성장능력이 하락하고 있다는 뜻이다. 90년대 초 이후 대한민국에는 정권 변화,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타격을 비롯해 각종 전염병 사태 까지 제법 굵직한 많은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5년에 1% 씩 꾸준히 하락했다는 것은 반대로 이 법칙이 한국 경제가 최근 겪고 있는 거의 모든 경제 문제들의 근본적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 (당연히) 90년대 초 이후 부터 지금 까지의 대한민국은 좋은 일자리가 충분히 공급되는 현실적인 유토피아가 아니라는 것. 주목할 것은 지금 이대로라면 갈수록 더 현실적인 유토피아와 멀어지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제로성장은 두 말 할 것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