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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퍼즐 - 비즈니스 스쿨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제이 B. 바니 & 트리시 고먼 클리포드 지음, 홍지수 옮김 / 부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특정 분야의 지식을 대중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소설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경제학에서 마셜 제번스의 <수요공급 살인사건>, <무차별 곡선 위의 살인자>, 러셀 로버츠의 <보이지 않는 마음>, <선택의 논리> 등이 그러하다. 이들 작품의 미덕은 어려운 전문적 지식에 대한 대중의 진입 장벽을 낮추어준다는데 있다.

가상 기업 HGS 기술혁신 시장평가를 떠맡게 주인공 컨설턴트의 활동을 소설 기법으로 그려낸 저서 역시 이러한 목적에 봉사한다. 예를 들어 산업구조분석이나 비용편익분석, 수직통합 경영학 분야에서 많이 사용하는 분석 기법이나 개념들의 기본원리가 등장 인물들의 대화나 활동을 통해 손쉽게 이해될 있다(‘기본 강조하고자 한다. 책이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당연히 경영학 교과서를 대체할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책은 기업 경영의 생생한 현실을 전달해준다는 추가적 미덕 또한 갖추고 있다. 제한된 자원을 둘러싸고 여러 부서들이 벌이는 기업 정치(책에서는 부서의 비용편익분석에서 채택한 할인율이 서로 상이하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평범함을 거부하고 비범함을 추구하는 창조적 정신과 이와 상반되는 타협 적응 흐름 기업 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과 인물들의 묘사는 실제로 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가에 관한 흥미로운 관철 보고서에 다름 아니다.

과학 철학자 마이클 폴라니(<거대한 변환>으로 유명한 폴라니의 동생이다) 인간의 지식 가운데 암묵지 implicit knowledge 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한 있다. 이러한 암묵지는 코드화할 없으며 따라서 매뉴얼로 만들 없다. 기업 경영 활동과 관련해서도 암묵지가 이러한 존재하는데 이에 대한 이해는 그나마 이러한 소설적 접근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앞서 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가 라는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경제학, 특히 신고전학파 경제학에서 기업은 일종의 블랙 박스 Black Box 간주된다. 기업은 투입물과 산출물 사이의 기술적 생산 함수 관계로만 이해되며 내부에서 벌어지는 다양하고 역동적인 흐름에 대해서 경제학자들은 무지하거나 최소한 무관심하다. 이러한 시각이 틀렸다고만 말할 수는 없으나 현실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반면 책과 책의 토대가 되는 접근 방식은 비록 부분적이지만 이러한 추상적 경제학 모델을 보완하는 하나의 시각을 제공한다.

가지 예를 들어 보자. 표준적인 경제학 교과서의 경우 특정 산업의 개별 기업 진입의 규칙은 잠재적 제품 가격이 평균비용보다 큰가 혹은 작은가와 관련된다. 예상 가격이 평균생산비용을 초과한다면 기업은 산업에 진입할 유인을 갖는다. 그러나 주인공 저스틴 캠벨과 그의 동료들이 <플라스티웨어라는 혁신적 제품을 발명한 HGS사가 새로운 산업으로 진입해 들어갈 것인가>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고려하는 요소들은 이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복잡하다. 예를 들어 HGS 셔츠 산업에 진입을 계획할 경우 시장의 규모와 구조는 어떠한가? 또한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속도는 어떠한가? 제품은 가치가 있고 희소하며 모방하기 어려운가? HGS 얼마나 빨리 고객들을 확보할 있을까? 생산하부공정이나 보완재 시장에서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기업은 이들을 포함한 복잡한 질문들에 대해 검토할 것이고 이를 기반으로 신규 산업 진출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접근은 가격-평균비용 규칙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런데 가지 흥미로운 점은 실제 새로운 산업 진출 여부의 최종 결정은 최고 경영자의 판단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설사 최고 경영자들이 자신들의 참모나 컨설턴트의 보고서를 통해 앞서 질문들과 그에 대한 잠정적 답들을 보고 받는다 할지라도 역시 최종 결정은 그의 직관에 의해 이루어진다. 책에서 최고 경영자 스위처 역시 신규 산업으로의 진출은 이미 마음 속으로 결정되어 있으며 자신의 이러한 판단을 정당화하고 이사회에서 자기 주장을 변호할 알리바이로 컨설턴트 용역을 것이 마지막에 드러난다. 케인즈 경제학에서 말하는 애니멀 스피릿 animal spirits 이나 슘페터가 강조해 마지 않았던 기업가 entrepreneurs 개념이 이에 호응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 경제학이 아예 틀린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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