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후반, 의정부교도서에 수감 중이던 저자는 문득 『새 마음의 샘터』라는 책을 집어들었고 그 책은 곧 그의 삶을 곧추세우는 새 기준으로 작용했다. 매사에 주먹부터 휘두르던 그가 '참는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것을 참는 것이다'라는 문장을 매일같이 되새기며 화를 억누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인간의 삶'을 시작한 저자는 이후 출판사에서 일하며 『광장』, 『객지』,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같은 소설을 전부 읽고 스스로도 놀랄 만큼 변화한다.
인생을 바꿀 단 한 권의 책은 존재할까? 나는 이 책을 통해 그렇다는 것을 알았다. 그 과정이 쉽진 않을지언정 책은 정말 인생을 바꾸게 할 수 있다. 인간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게 한다.
그렇다면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기에 굳이 책이어야 할까? 그렇다. 책은 가장 능동적이고 구하고 쉽다. 스스로 글자를 읽으며 생각해야 하고, 영상처럼 재생할 기기가 필요하지도 않기 때문에 보편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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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서사'라 해도 부족함이 없는 인생인데, 저자의 자서전은 참으로 겸손하다. 『새 마음의 샘터』를 읽은 모두가 저자처럼 실천을 유지할 수 있지는 않다. '귀인'을 만난다고 여태까지 삶의 방식을 버리는게 쉽지는 않다. 부를 얻을 수 있는데 신념에 의해 거절하고, 높은 곳에 올랐으나 내려오는 것은 더욱 어렵다. 저자는 이 모든 것을 해냈으나 본인은 운이 좋았던 케이스라고 말한다.
『이토록 평범한 이름이라도』는 특히 상황과 감정 묘사가 자세해 몰입이 잘 된다. 특히 저자의 성취를 강조하기 보다는 "몸 깊숙한 어딘가에서부터 뻗어 나오는 절실함이 있는 삶"을 원하는 저자의 갈증이 잘 느껴진다. 라고 저자는 말한다. 전쟁으로 고아가 되어 생계형 범죄자였던 저자가 전하는 말이기에 더 뜻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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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대표직을 역임한 돌베개 출판사는 인문사회 출판사로 유명하다. 내가 책을 시작한 이유 역시 '돌베개 전 대표'라는 띠지 문구 때문이었는데, 『이토록 평범한 이름이라도』에서는 군부독재와 엮인 1970~80년대 출판 시장과 익숙한 이름들을 볼 수 있다. 때마침 영화 <서울의 봄>이 천만 관객을 돌파한 지금이야말로 군부독재 시절 위험을 무릎쓰고 『전태일 평전』을 출간한 저자의 정신을 따를 때이다. "좋은 책을 내면 사회라는 흐린 물을 맑게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좋은 글을 읽고 공유하는 것으로 이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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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