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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
도제희 지음 / 샘터사 / 2020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상의 얕고 짙은 풍파를 거친 사람들의 평범한
에세이 대신, 200년 전 러시아에서 온 고전문학에서
우리의 삶을 찾아가는 그런 에세이
평범한 타 에세이처럼 약 40개의 주제로 작자 도제희의 인생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다. 주제도 다른 에세이들과 별 다를 느낌은 없다.
살아가며 느꼈던 것들, 학창시절에서 꺼내온 기억들과 자잘한 생각들을 모아 작자가 인상깊게 읽은 도스토옙스키의 소설과 합쳐보았다.
짬나는 시간에 공책의 빈부분에 연필 한자루만으로
슥삭 그려낸 듯한 발랄한 일러스트까지, 책을 너무 무겁게 읽지 않게 된다. 작자의 일기장을 재밌게 읽어보는 듯한 느낌이다.
모습들은 다양하다. 퇴사이야기, 가족 간의 관계,
학창시절 기억 속 친구이야기, 사람을 대하는 법 그리고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까지 한 사람의 삶의 일부가 발랄하게 적혀있다. 도스토옙스키의 일부
소설까지, 평범치 않은 에세이다!
○
사람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는 법 : 먼저 자기 자신을 알
것
" UCLA에서 이뤄진 조사에서 가장 높은 호감을
나타낸 형용사는 바로 '투명성(transparency)' , '타인을 잘 이해하는 능력(capacirt for understanding)'
였다.
여전히 의문은 든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솔직함'만 있으면 타인의 마음을 단숨에 얻을 수 있을까? 가령, 앞장에서 살폈던 도스토옙스키 장편 <백치>의 주인공 미쉬낀 공작이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를 '솔직함'이란 단어 하나로 정리할 수 있을까? P.172 "
살아가며 겪는 여러고민들, 작게는 인간관계부터, 어쩌면 난데없지는
않은 도스토옙스키 고전문학을 들여다보며 삶을 좀더 재밌게 이해해본다.
솔직한 모습 그대로는 정말 중요하다. 이상을 담은
페르소나, 불편을 감수한 많은 노력이 깃든다 한들 결국엔 솔직한 날 것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며 제대로 된 빛을 발한다. 한 사람의
유일무이한 특징이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에세이를 찾는 이유 중 하나는 직접
겪고 걸어오고 있는 길이 맞는건지 응당 맞는 뜻을 찾지 못한채 끊임없는 고민의 굴레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칭송받는 다수의
문학조차도 이렇게 막장스러움이 많은데 평범한 우리의 삶이라고 뭐가 다를까? 그것이 삶의 진짜 얼굴이며 호화롭고 이상적인 삶은 필자의 말대로
드물게 스쳐가는 기차역일 뿐이다.인간이 이렇게 비루하고 남루 할 수가 있음에 위로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