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6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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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처럼, 잠자는 시간으로, 회상하기로, 내 다양한 일들을 판독하고 빛과 어둠이 교체하는 것으로, 시간이 흘러갔다. 감옥 안에서는 끝내 시간관념을 잃는다는 것을 나도 분명히 읽었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게 큰 의미가 없던 말이었다. 나는 하루가 길어질 수도 짧아질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의심의 여지 없이 사는 것은 길었지만, 하루다 다른 하루오 넘어가는 것으로 그렇게 팽창하는 것이다. 그들은 거기서 자신들의 이름을 잃는다. 어제 또는 오늘이라는 단어는 내게 의미가 지켜진 유일한 것이었다.
어느 날, 간수가 내게 다섯 달이 지났다고 말했을 때, 나는 그걸 믿었지만, 이해할 수는 없었다. 내게는, 내 감옥에서 펼쳐지는 것과 내가 추구하는 일은 언제나 같은 하루였던 것이다. 그날, 간수가 가버린 후에, 나는 양철 식기 안의 나를 들여다 보았다. 내가 그에게 웃어 보이려 애씀에도 불구하고 내 이미지는 심각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여겨졌다. 나는 그것을 내 앞에서 흔들어 보았다. 나는 웃었고 그것은 여전히 심각하고 슬픈 듯했다.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고 내가 말하고 싶지 않았던 시간과, 이름이 없는 시간, 침묵의 행렬 석에서 감옥의 전 층으로부터 저녁의 소음이 올라오는 시간이었다. 나는 하늘로 난 창으로 다가가서, 마지막 빛으로, 내 모습을 한 번 더 바라보았다. 그것은 여전히 심각했다. 그런데 그 순간은, 나 역시 그랬으니, 뭐가 놀라울 텐가? 하지만 동시에 나는 몇 달 만에 처음으로, 내 음성이 나는 소리를 분명하게 들었다. 나는 그것이 이미 오래전부터 내 궛전에 울리고 있던 바로 그 소리라는 것을 깨달았고, 그 모든 시간 내내 내가 혼자 말하고 있었다는 걸 이해했다. 나는 그때 엄마의 장례식 날 간호사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결코, 출구는 없었고, 누구도 감옥 안의 저녁이 어떤 것인지를 상상할 수는 없을 테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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