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가 내 인형을 훔쳤어 그림책 마을 27
스테퍼니 그레긴 지음, 김세실 해설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그림 없는 그림책이라고 스토리가 없는 건 아닙니다.

훨씬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죠.

<여우가 내 인형을 훔쳤어>도 그림만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단단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매료시키는 멋진 그림책입니다.

 

그림 톤과 분위기가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그림책을 보는 순간 <토이 스토리>가 딱 떠올랐습니다.

어떤 물건에 애착을 가질 때 아이의 모습과 그에 얽힌 추억, 그리고 그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의 상실감과 헤어짐까지... 토이 스토리와 그 맥이 비슷하게 여겨졌거든요.

물론, 각기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다르지만요.

 

이 책에선 아이가 애착을 가지고 있는 여우를 진짜 여우가 훔쳐가고 그것을 찾는 과정을 그렸는데요. 현실에선 회색빛으로, 환상세계에선 따듯한 컬러 색으로 구분하여 더욱 그림책에 빠져들게 하는 효과를 줬습니다. 비록 여우가 자신이 가장 아끼는 인형을 훔쳐가긴 했지만, 인형을 찾기 위해 들어간 곳이 무섭거나 험한 곳이 아닌, 안심해도 될 만큼 따듯하고 아름다운 곳임을 느끼게 해 주죠. 

인형과 헤어지는 여행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과정이, 아이가 마냥 두렵게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에서도 내 인형이 잘 지낼 수 있을 거란 걸 '자신도 모르게' 느끼게 해 준다고 할까요?   

그리고 이별의 순간, 가장 아끼는 물건을 타의가 아닌 자신의 결정으로 진짜 여우에게 선물합니다. 이렇게 헤어지는 과정 속에서 아이는 한 뼘 자라있겠죠.

 

한 글자도 나오지 않는 그림책이지만, 그 어떤 글보다도 풍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책입니다. 아이와 함께 그림을 읽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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