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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8월
평점 :
아프카니스탄 카불출신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의 작품으로 여전히 내전중인 먼나라 중동의 이야기로만 생각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작품입니다.
현역 의사로 활동하면서도 이런 작품을 쓸 정도의 탈렌트가 그저 부러운 1인이네요.
전작인 '연을 쫓는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가족이지만 가족이 아닌 소외된 이들의 삶에 대한 목소리가 오래토록 남는 작품으로 중동지역의 문화과 아프카니스탄 그리고 그 안에서 버틴다고밖에 표현할수 없는 삶을 지탱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너무 큰 울림이 있으며, 동시에 현재 내 삶이 얼마나 평온한지, 얼마나 감사한 삶을 살고있는지 여실히 느낄수 있는 작품이라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하라미(사생아)로 태어난 미리암은 친부에게도 환영받지 못하고, 친모에게도 존중받지 못한채 성장합니다. 심약한 엄마는 자신의 신세에 마리암에게 독설을 내뱉지만, 막상 미리암이 아버지를 찾아나서자 스스로 목숨을 끊어 유일하게 자신의 선택을 하게 됩니다.(솔직히 그 이후 마리암이 겪어야하고, 인내해야하는 삶을 생각하면 그나마 가장 마음편한 선택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친부의 집으로 들어와서도 아버지의 아내들에게 환영받지못하고 결국 등떠밀려 나이많은 남자 라시드와 결혼을 하게되지만, 친절은 잠깐 강제적인 임식과 거듭되는 유산으로 아이를 낳지못하자 언어적 폭력과 다불어 육체적 폭력을 행사하며 미리암을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피폐하게 만듭니다. (아프카니스탄 뿐만아니라 아직 어린 소녀들을 향한 조혼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여성차별 그리고 억압에 분노하면서 책을 몇번씩 덮으며 읽게되네요)
또다른 주인공 라일라는 내전중에 가족을 모두 잃고 혼자 살아남아 미리암의 남편 라시드에게 도움을 받게 됩니다. 그것을 빌미로 이번에도 역시 라시드는 어린 소녀 라일라을 세번째 아내로 만들어 버리게 됩니다. 나중에 라시드와 라일라 사이에 태어난 큰딸 아지자가 자신의 딸이 아니라 전남친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고, 라일라마저 폭력의 대상으로 변하게 되고, 그렇게 미리암과 라일라는 아픔과 감정 그리고 교감을 나누는 가족이 되어갑니다. 잠시잠깐의 자유를 그리며 떠났던 탈출이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집으로 다시 돌려보내진 미리암과 라일라에게는 주어진건 라시드의 폭력뿐이었으며, 그 와중에 미리엄이 결국 라시드를 죽이게 되는데 원인은 중요치 않으며 그저 라시드(남자)의 죽음에 대한 댓가를 강요받게 됩니다.
라이벌일 수도 있었을 한 남자의 두 아내가 보여주는 사랑과 우정 그리고 슬픔과 아픔만이 가득한 아프카니스탄 여인의 삶이 가슴에 사무치게 하네요.
또다른 미리암 혹은 라일라가 될수도 있는 아지자를 위해 두 여인은 각자의 방식으로 아지자에게 새로운 세상을 선물합니다. 라일라는 다시만난 아지자의 아빠인 타리크와 함께 탈출에 성공한 후 다시돌아온 카불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라일라의 모습을 비췄지만, 현실적으로는 2021년 8월 미군이 아프카니스탄에서 철수하고, 탈레반이 다시 차지한 후 벌어진 참상을 기억하는지라 소설속의 엔딩이 결코 해피엔딩이 아님을 알기에 더욱 마음 아픈 이야기로 남게 되었습니다.
아프간의 이야기지만 비단 그들만의 이야기는 아닐것입니다. 여전히 존재하는 남여차별이나 인종처별등으로 고통받는 여성 또는 사회적 약자들이 많습니다. 정의는 무엇인지, 가족은 무엇인지, 문화적 차이와 사회적 가치관을 고민하게 하는 작품이며 분노와 눈물, 공감과 동감 그리고 아름더운 슬픔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 소설,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