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자라나서 큰 나무 되듯이 - 신앙의 기쁨을 찾는 길
손희송 지음 / 가톨릭출판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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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아기일 때 세례를 받아,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성당을 가고, 기도를 하는 것은 내게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나에게 신앙이란 그런 것이다. 자연스러운 것.
오히려 철이 들고 '신앙'이 무엇인가에 대한 숱한 고민들을 하고 있는데, 이 책은 그 답을 제시해주고 있다. 책의 소개 문구와도 같이, 신앙은 한순간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긴 과정을 겪으며 익어간다. 나에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던 그 신앙도, 긴 시간 동안 여러 과정을 겪으며 만들어진 것이고, 내가 앞으로 나아갈 신앙의 여정도 그 과정을 겪으며 열매가 익듯 맺어져 갈 것이다.
책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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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세력은 항상 그럴듯한 핑계를 대면서 우리를 주님과 교회로부터 멀어지게 만듭니다. 교회 안에서 잘못된 점이 보이면 악의 세력은 이렇게 속삭입니다. (중략) 물론 교회의 결점과 흠을 고치려는 노력, 교회를 쇄신하려는 노력은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과도한 비난과 부정 일변도로 흐르지 않기 위해서는 교회의 부족한 모습을 보더라도 주님께서는 여전히 사랑으로 돌보신다는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P96-97

누가 내 생각을 그대로 써놓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당에서 맡은 일들과, 나의 의무와 역할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도 지쳐 있는 지금, '이 일만 끝나면 여길 뜨리라'라는 생각을 숱하게 했다고 고백한다. 그래도 내가 사랑하는 곳이니까, 나의 성당이니까. 부족한 모습이 보이더라도, 주님의 가르침과는 너무나도 다른 사람들을 만나더라도, 그분이 주신 좋은 사람들과 소중한 공동체만으로도 내가 여기에 헌신해야 할 이유는 너무나도 많다. 이런 생각들이 유혹의 속삭임이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냥 너무 힘들어서, 내 내면이 하는 목소리라고만 여겼다. 지금 성당에서 자신의 교회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 특히 청년들이라면 한 번쯤 해본 고민이 아닐까? 뭔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다. 새로운 걸 알게 된 기분이다. 우리가 책을, 신앙 서적을 읽어야 하는 이유일까. 생활 속에서 성당을 가는 것만으로는 배우고 알 수 없는 것들이 책 속에 있기도 하다. 가톨릭 서적들이 꾸준히 사랑을 받는 이유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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