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 (곽명주 일러스트 에디션)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강미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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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자매의 성장 과정과

가족 사이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가슴 따뜻해지는 책

 

어렸을 적 TV 애니메이션으로 방영했던 '작은 아씨들' 이 생각이 난다. 메그, 조, 베스, 에이미 이 네명의 사랑스러운 자매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만화 영화 였는데 굉장히 재미있게 봤더랬다. 각 캐릭터를 애니메이션으로 형상화 해놓은 모습까지 어렴풋하게 기억하니 말이다. 그러던 작년 어느날 작은아씨들이 영화로 개봉한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아쉽게도 아직 영화로는 보지 못했다. 이미 극장에서 상영을 내린지 오래지만 맘만 먹으면 다운로드를 받아서 집에서도 영화를 볼 수 있었지만 원작인 책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고 싶다는 내면의 소리를 존중해주기로 했다.

작은 아씨들 책은 여러 출판사에서 여러가지 버전으로 출간 중인데 그 중에서 나는 RHK 출판사에서 출간한 <<일러스트 에디션>> 을 만나게 되었다. 책 표지에는 눈과 마음도 편해지는 초록 들판을 배경으로 사랑스러운 네 자매의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누가 봐도 눈에 띄는 이 책은 여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책 속안에도 일러스트가 중간 중간에 담겨 있을 줄 기대했는데 그건 아니었다는 점!

작은 아씨들의 이야기는 총 2편으로 나눠져 있는데 이 책은 1,2편이 한 권에 담아져 있어 책 두권을 들고 다니면서 읽어야 하는 불편감도 없애고, 직접 구매한다면 비용적인 면에서도 살짝(?) 이득이다. ㅎㅎ

 

첫째는 아무리 많은 돈도 부자들의 집에서 수치와 슬픔을 걷어내줄 수는 없다는 걸 발견했고,

둘째는 인생을 즐길 줄 모르는 까다롭고 힘없는 노부인보다 가난하긴 하지만 젊고 건강한 자신이 훨씬 더 행복하다는걸 깨닫게 되었지.

셋째는 저녁상 차리는 걸 거드는게 아무리 귀찮더라도 끼니를 구걸해야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걸 알게 되었고

넷째는 홍옥수 반지도 예절 바른 행동만큼 소중하지는 않다는 교훈을 얻었단다.

p.97 <무거운 짐> 중에서..

 

작은 아씨들은 미국 남북 전쟁의 시대적 배경으로 마치가의 네 자매가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아버지는 남북 전쟁에 참전 중으로 집에 남겨진 어린 네 자매과 어머니가 함께 가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가족간의 사랑을 주고 받는 모습들이 인상깊게 남는 책이다.

어릴 적 부유하게 살았던 시절을 잊지 못하고 부에 대한 갈증이 항상 남아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고 자신의 삶의 길을 선택한 첫째 메그.

" 내 딸들아, 난 너희들에게 욕심이 많단다. 하지만 세속적인 의미에서의 출세를 바라지는 않는다. 오로지 부자이기 때문에, 화려한 저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자와 결혼한다면 진정한 가정을 꾸린다고 할 수 없단다. 사랑이 부족한 가정은 가정이 아니기 때문이지. 물론 돈이란 것은 살아가는 데 중요하고도 필수적인 요소야. 그리고 잘만 사용하면 고귀한 것이기도 하지. 하지만 난 너희들이 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건 절대 바라지 않는다. 권자에 있으면서도 자긍심과 평화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여왕보다 행복하고 사랑받고 만족할 수만 있다면 난 너희들이 가난한 남자와 결혼한다 해도 개의치 않을 거야." --<p.198 >

네 자매 중 가장 선머슴아 같은 둘째 조. 불같고 급한 자신의 성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고치기 힘들어 한다. 내부의 적과 항상 싸우는 중이다. 하지만 뒤끝 없고 정의로우며 누구보다도 인정이 많고 사교성이 좋다고 생각되는 캐릭터였다. 그래서 이웃 부잣집 로런스가의 손자, 로리와도 가장 먼저 친해지게 되면서 마치가의 다른 자매들과도 교류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있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마도 작은아씨들 네 자매중에서 주인공이지 않을까 싶다.

네 자매들중 특히 베스와의 우애가 남달랐던 조였다. 베스가 아팠을 때 누구보다도 걱정하고 슬퍼하며 그녀의 곁에서 성심성의껏 돌봐주는 장면들에서는 조가 된 것 마냥 마음이 너무 아팠다. 베스를 너무 아꼈던 조는 베스가 로리를 좋아한다고 느끼고 동생을 위해서 자신이 멀리 떠나기 까지 한다.

" 조는 다정한 목소리로 동생을 나무랐다. 베스가 건강과 사랑, 삶에 작별을 고하고 쾌활하게 십자가를 짊어지는 법을 터득하기 까지 혼자 쓸쓸히 싸웠을 생각을 하니 조는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p.721>

집안의 평화주의자, 언제나 사랑스러운 셋째 베스. 책 속에서 베스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는 여러가지 욕심에 사로잡혀 살고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에게 생각을 하게 한다. 또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희생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수줍음 많고 소극적인 소녀이지만 자신의 꿈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 뜨거웠다. 음악에 관심이 많은 베스는 피아노를 잘치는데 조율도 안맞는 낡은 피아노를 치면서도 크게 불평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키워나간다. 로런스 할아버지와 친해지게 된 베스가 그가 선물해준 그랜드 피아노를 보면서 너무 좋아했던 부분에서는 베스의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고, 마치 나도 같은 공간에 있는듯이 기뻤다.

어려운 이웃을 마지막 까지 적극적으로 돕다가 병에 걸리게 되는 베스. 네 자매들중 가장 양심적이었던 베스가 가장 불행한 결말을 맺은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너무 유감이었다. 꼭 그렇게 했어야만 했나요 ㅠㅠ

" 꼬마 피아노가 생겨서 더 이상 바랄 게 없어요. 바라는 게 있다면 우리 식구들이 행복하게 지냈으면 하는 것뿐이에요. 다른건 없어요." --<p.289>

" 그녀는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병약자까지는 아니었지만 예전처럼 장밋빛 뺨을 지난 건강한 피조물로는 영영 돌아가지 못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늘 희망적이고, 행복하고, 평화로웠으며, 그녀가 사랑하는 조용한 의무들로 분주한 가운데 그녀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미처 깨닫기 훨씬 전부터 모두의 친구이자 집안의 천사였다."

--<p.471>

금발머리의 어여쁜 외모에 자존심 센 막내 아가씨 에이미. 질투심도 강하다. 메그와 조가 로리의 초대를 받아 극장을 가려고 할 때 에이미는 자기도 가겠다고 떼를 쓴다. 하지만 조가 같이 가는 것을 완강하게 거부하고 에이미는 화가 나서 조의 원고를 불태워 버린다. 성격이 급해서 조와 잦은 충돌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자매들의 중심에서 따뜻하고 현명한 조언을 해주는 어머니가 있었고, 가족이라는 울타리안에서 우애과 사랑을 조금씩 더 키워나간다.

사실 네 자매중에 내가 제일 싫어하는 캐릭터이긴 하지만 에이미가 가장 영리하고 자기 관리를 잘 하는 인물이지 않나 싶다.

 

하루하루를 보람차고 즐겁게 보내렴. 그렇게 일과 놀이를 잘 조화시키면서 살면 시간의 소중함을 이해하게 될 거야. 그래야 젊은 시절을 즐겁게 보낼 수 있고, 나이가 들어서도 후회를 덜하게 되지. 난 너희들이 가난하더라도 아름다운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구나.

p. 240 <실험> 중에서..

네 자매의 성장 과정의 중심에는 마치 부인, 어머니가 있었다. 남편을 전쟁터에 보내고 아이들을 홀로 맡아 키우면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항상 자매들의 본보기가 되어 주었다. 자매들이 다투거나 걱정이나 곤경에 처할 때 마다 흔들리지 않고 올바른 방향으로 자식들을 이끌어주는 그녀를 보면서 가상속의 인물이지만 꼭 본받고 싶고, 본받아야 하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가 딸들에게 해주는 한마디 한마디가 그녀들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용기가 되었고 힘이 되기도 했다.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서 가족들이 큰 충격에 빠져있을 때도 가족들의 중심에서 쓰러지지 않고 네 자매에게 각자의 할 일을 분배해주는 모습에서는 강인한 어머니의 모습을 또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돈은 유용한 것이지. 난 내 딸들이 돈에 너무 쪼들리며 사는 것도 바라지 않고, 돈에 너무 집착하며 사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존이 확실한 자기 일만 있다면 엄마는 그걸로 족해. 빚을 안 지고, 메그를 고생시키지 않을 만큼의 수입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니까. 엄마는 재산이 많거나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사람을 사위로 맞아들이고 싶은 욕심은 없다. 물론 지위와 돈에다 사랑과 미덕까지 겸비하고 있다면, 그 이상 바랄 게 없겠지. 하지만 행복은 평범하고 작은 집에서도 충분히 누릴 수 있단다.

중략..

내가 잘못 생각하는 게 아니라면 한 남자의 마음을 차지하는 네 언니는 그 자체만으로 부자일 테고, 그게 돈 보다 훨씬 가치 있으니까 말이다.

p.403

 

항상 부자를 동경해왔던 언니 메그를 가난한 남자인 존이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누구보다 가슴앓이를 했던 조가 어머니와 나눈 대화중 일부분이다. 물질만능주의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떤 상황에서든 본인이 행복을 느낄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과연 내가 어머니의 입장이었다면 존과 메그의 결혼을 찬성했을까? 그녀가 너무 존경스러웠다.

 

작은 아씨들은 그녀들이 소녀에서 성숙된 여자로, 한 가정의 어머니로,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낸 사랑스러운 소설이다. 이웃집 로리와의 재미난 여러가지 일화들, 힘든 시기에 아버지의 부재를 이겨내고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성장하는 그녀들을 보면서 마치 내가 어머니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듯이 뿌듯하기도 했다.

기쁨도 슬픔도 함께 하면서 때론 다투기도 하지만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가족들이 곁에 있기에 역경과 고통을 이겨낼 수 있었을 것이다.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소설 초반부터 자매들과 함께 등장하는 '로리' 라는 남자아이가 과연 네 자매 중 누구와 이어질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물론 내가 원하는 사랑의 짝대기는 따로 있었는데 그대로 되진 않아서 좀 아쉬웠다. ㅎㅎ

글을 읽으면서 마치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 소설책이 있다. 바로 이 책이 그런 책이다. 머릿속에 그녀들의 에피소드 하나 하나씩 영상을 보듯이 그려진다. 그만큼 번역도 감성적이고 세밀하게 잘 되었던 것 같다.

책을 읽고나니 영화가 보고 싶어진다. 영화는 책과 다르게 그녀들의 가정극을 어떻게 표현했을지 궁금하다.

총 940 페이지의 꽤나 두꺼운 책이지만 집중하면 금새 읽어내려가지는 책이다. 영화를 먼저 보았어도 상관없다.

올 여름 사랑스러운 네 자매를 작은아씨들 <일러스트 에디션> 을 통해 만나보기를 강력하게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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