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와의 연애를 후회한다
허유선 지음 / 믹스커피 / 2018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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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연애를 되짚어 보는 소중한 시간

 부제로는 남편 이해하기 제2도 매우 끌렸지만, 보편적인 제목으로 달아두기로 했다.
그러면 시작하기 전에. 서평단 이벤트로 당첨된 책이므로 평소와 논조 어조 등이 다를 수 있습니다.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건 이해하지 않는다. 평소 지론. 나도 날 이해하지 못하는데, 남을 이해하겠다니 얼마나 오만방자한 생각이냐. 거창하게 떠들고 싶지만, 단순히 귀찮을 뿐이다.
  하지만 그래도 가끔 남편 이해는 시도한다. 부모님 앞에서도 숨긴 내 밑바닥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는데, 그래도 내가 좋다고 달려드는 남자, 귀찮음보다 호기심이 더 우선한다.
  이런 이야기 하면 복에 겨운 소리 한다고 욕먹는다. 내 얼굴을 궁금해하는 사람도 봤다. 바본가. 내가 사진을 뿌릴 만큼 초절정 미인이면, 남편이 왜 그러는지 궁금해할 이유가 없잖아.
 
아무런 조건도 없는데, 혼자 사랑하는 건 어떻게 보면 무서운 일이다
특별하고 유일하며 대체 불가능한 사랑은 그만큼 어떤 특정한 조건만으로는 유지될 수 없다.”
 
  각각 책 93, 96쪽에 나오는 말. 이 책은 저 두 구절만으로, 내게는 충분히 가치 있는 책이다. 이번에도 남편 이해는 포기했지만, 대신 내가 왜 이렇게 남편을 이해하려 드는지는 알 수 있었다.
  남편의 진심만으로 유지되는 이 관계가 무섭다. 이유가 있어서 반했다면 그 이유를 유지하면 된다. 그런데 단순히 내가 좋다고 하면, 뭘 해야 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걸까. 내가 뭘 하면 좋을지 모르는 이 관계가 부담스럽다. 그러니 어떻게든 이유를 찾는 거다. 이유를 찾아내면, 불안감이 조금이나마 가실까 봐.
 
  이 책을 한 줄로 설명한다면, 연애와 철학의 접목 정도. 칸트, 공자 등 한 번 정도는 들어볼 수 있는 철학자의 말을 곁들여가며 연애에 대해 철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그렇다고 해서 어렵지는 않다. 저자가 풀어내는 이야기를 읽으, 마음에 드는 구절은 줄을 그으며, 책을 읽는 것을 잠시 멈추고 되새겨보며, 그렇게 천천히 읽어나가면 된다.
  연애의 외로움, 연애의 두려움, 연애의 노력, 연애의 기대와 희망. 이런 순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에세이 형식이기에, 원하는 부분을 뽑아 읽어도 되고, 처음부터 읽어도 되고, 마음 편히 읽을 수 있다.
  마음에 드는 구절이 많아서 이것저것 메모를 정말 많이 했다. 인스타그램 “http://instagram.com/reading2book"을 방문하면 독서 노트에 적어둔 구절을 확인할 수 있다. 책에 무슨 좋은 말이 있는지 궁금하면 이쪽도 확인해주면 좋겠다. 블로그와 달리 간단히 적기 때문에, 업데이트도 이쪽이 더 빠르다. 광고다.
 
연애를 하다 보면 오히려 불안해진다. 내 마음도 상대의 마음도 전부 알 수가 없어서. 나는 사랑하는데 그는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서. 그럴 때는 이런 책이 도움이 된다.
내 마음은 내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그럴 때 제3자의 시선으로 보다 보면 정말로 두려워하는 것, 걱정하는 것이 보인다. 그럴 때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이면 된다. 모두가 그렇다. 한 마디를 중얼거리면서. 해결되지는 않지만, 마음은 편해진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을의 연애와 함께, 연애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보면 좋을듯. 을의 연애는 힘겨운 을의 연애를 하는 사람의 마음을 살랑살랑 어루만져주어 좋다면, 이 책은 묵직하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어 좋다. 더운 여름. 시원한 바람과 함께 가끔은 사색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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