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어디에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1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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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다른 두 개의 사건이 하나로 합쳐질 때

 

 인스타를 시작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때가 언제인지 묻는다면. 일본어로 일본작품에 대한 애정을 표시할 수 있을 때. 단편적인 감상 이상은 무리지만, 그렇더라도.
 일본인이 인스타에 놀러와서 좋아요 찍어주고 가면 답방 가서 읽어 본다. 한자가 너무 많아 외계어로 보이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읽고 내키면 댓글도 단다.
 그 중 한국어로 인스타 하는 특이한 일본인이 있다. 구글의 도움을 받다 보니 문장이 길어지면 한국어인지 외계어인지 헷갈리는 무언가가 나온다. 원어를 보며 번역을 시도하다 깨달았다. 나 한국어도 못하는구나. 고작 한 문장에 20분을 매달렸다. 그러고도 마음에 드는 문장은 결국 못 만들었다.
 영어와 일본어는 그렇다고 치고, 한국어까지 못하다니. 아니 뭐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확인할 때마다 충격이 크다. 그러니 평소에 내 글이 마음에 안 들면, 한국어를 못한다는데 어쩌겠어. 그런 마음으로 너그럽게 넘어가주면 좋겠다. 잠깐 이게 아닌데.

 요네자와 호노부. 히가시노 게이고와 함께 좋아하는 일본 작가. 둘 중에서는 요네자와 호노부를 더 좋아한다. 요네자와 특유의 씁쓸한 뒷맛에 좋다.
 가장 좋아하는 건 고전부 시리즈. 보틀넥. 꿈꾸는 양들의 축연, 인사이트 밀 등 다른 작품도 재미있게 읽었다. 취향에서 약간 벗어난 작품도 없지는 않지만 읽어서 후회한 적은 없다. 좋은 작가다.

2005년에 출판된 작품으로, 요네자와의 초기작. 그 때문인지, 처음 읽었을 때 낯설었다. 요네자와 특유의 씁쓸한 뒷맛이 느껴지지 않아서. 내가 아는 요네자와가 맞나 저자를 재차 확인했을 정도다.

다시 생각해보면 확실히 요네자와 작품 특유의 씁쓸함이 느껴지기는 한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모습에서 특히. 가해자의 집요했던 모습을, 이번에는 피해자가 반복한다. 피해자였던 자신을 가해자로 바꾸기 위해.
 아니 피해자는 자신이 가해자라고 생각하지 않겠지. 잃은 것을 되찾는다고 생각하겠지. 그렇다면 더 끔찍한 이야기다.
잃은 걸 되찾기 위해서라면, 피해자는 몇 번이고 더 반복할지 모르니까. 마지막에서 주인공이 몸을 지킬 수단을 강구하는 게 이해가 간다. 피해망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걸로 괜찮을까 걱정된다.

 들개에게 일부러 물린 주인공이 떠올랐다. 분명 공격한 건 들개다. 하지만 이미 대비한 주인공에게는 별다른 피해도 주지 못한 채, 결국 자신의 목숨만 잃는다.
 이 장면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결말을 암시한다. 가해자는 분명 자신이 유리했다고 생각했으리라. 피해자가 만반의 준비를 끝낸 채 역전을 기다리는지도 모르고.
 초기작이기 때문인지 이 소설에서 작가는 과거 이 장면이 이후 가해자와 피해자의 미래를 보여준다는 암시를 대놓고 남겼다. 하지만 없는 편이 더 깔끔했을 듯하다. 아마 작가도 지금 이 작품을 다시 썼다면 대놓고는 암시하지 않지 않을까.
 그렇더라도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다. 무어라 제대로 설명할 말이 있는데 못 찾겠다. 아쉽다.

 이 작품이 인사이트 밀 등 요네자와가 미스테리 작가로 유명해지게 된 전환점이 된 작품이란다. 빙과도 충분히 미스테리했다고 생각하는데, 약간 다른 모양.
 요네자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다 읽었을 것 같지만, 그래도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 그 외에도 일본 소설 좋아하는 사람, 특히 미스테리 좋아한다면 읽어볼 만한 책.
 이 기회에 요네자와 호노부라는 작가 자체에 푹 빠져도 좋지 않를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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