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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와 칼 - 일본문화의 틀
루스 베네딕트 지음, 김윤식 외 옮김 / 을유문화사 / 199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루스 베네딕트 여사는 일본이란 나라에 대해서 객관적인 연구를 하기 위해서, 일부러 일본에 가지 않고 자료나 일본인들, 그리고 일본에 대해 아는 사람들의 말을 토대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이러한 방법이 중립적인 객관성을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되었지만, 그녀가 놓친 것이 한가지 있다. 그녀는 서양인이라는 사실이고, 이 책을 집필할 당시에도 서구 문화 속에 있었으며, 그녀의 나라와 일본은 적대적 관계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한 나라의 문화를 딱 잘라서 무엇이라고 규정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일본문화는 동양권 문화 중에서도 독특한 면이 많다. 일반적인 유교관념인 효(孝), 충(忠), 의(義)등이 극단적으로 변해버린 예에서나, 대부분의 동양국가들과는 반대로 문(文)보다 무(武)가 더욱 중요시되었던 사실에서도 그것을 찾아 볼 수 있다.
'국화와 칼'은 일본 문화의 특색에 관해 나열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마치 백과사전처럼 저자의 감정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분석에 있어서는 거의 완벽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몇 가지 부분에 있어서는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그녀는 서양인의 관점에서 일본을 바라보고 있다. 물론 동양인이라면 일본을 모두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동양을 지배하려 했던 서양이기에, 일본을 바라보는 태도 역시 문화적 우월주의로 나타난다. 저자의 이러한 태도는 일본의 문화를 자국의 문화에 비교할 때 자주 나타난다.
그리고 한가지 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책에서는 일본인들의 모습만이 나타나고 있다. 이 말은 일본인이 주(忠), 고(孝), 리(義)에 극단적으로 집착하는 모습만이 그려지고 있을뿐, 그게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고찰이나 설명이 없다는 뜻이다. 물론 저자가 문화의 배경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었는지 모르지만, 문화라는 것은 지정학적 위치나 정치·사회적인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그러한 상관 관계를 좀더 명확하게 밝혀 줬더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