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이렇게 바뀐다 - 제3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단요 지음 / 사계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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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작은 판형에 얄팍한 두께지만 무겁기 짝이 없다. SF라고는 하지만 아직 오지 않은 미래가 아니라 이미 와 있는 세계의 가리워진 장막을 벗겨낼 뿐이다.

작가가 말한 대로 페이크 르뽀의 형식을 빌어 여러 인물들의 인터뷰로 전개되는 소설의 배경은 일정 연령 이상 모든 인간의 머리 위에 청색과 적색 비율로 구성된 ‘수레바퀴’가 표시되는 사회다. 청/적 비율은 각각 천국과 지옥에 갈 확률이다.

다소 뜬금없고 조악하기까지 한 조건이 빚어내는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 그 작용과 반작용이 빚어내는 역동성이 흥미진진하다. 다분히 웹툰 원작의 OTT 드라마 <지옥>과 유사한 설정이지만 더 치밀하고 더 우울한 사고실험이 조밀하게 펼쳐진다.

재미있지만 우울한 감정에 사로잡히는 이유는 결국 발가벗겨지는 인간 군상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소설은 도덕성과 합리성 사이에서 최적화 전략을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 소극적 혹은 적극적으로 행하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인간이 그렇게 간단할 리 없지만 사실 본질은 앙상할 만큼 단순한 것도 사실이니까. 구구절절한 말보다 행동을 보면, 인사치레보다 어디에 돈과 시간을 쓰는지 보면 진짜 우선순위는 드러나게 마련이니까 말이다.

“모든 관계와 욕구가 돈으로 번역되는 사회....정의는 비매품이고, 정의처럼 보이는 대체품이 널려 있는 사회에서 어떤 분야는 '철거'되지만 거기에 있던 사람들은 재빨리 빠져나와서 '철거업자'가 된다.... ”

그런데 이 수레바퀴는 무엇일까. 이 세계의 새로운 규칙이자 어쩌면 어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대안으로 여기지지만 그마저도 늘 부작용 혹은 반대급부의 그림자를 안고 있는 그 무엇이라도 가능할 것이다.

작게는 백년지대계를 위해 수술해야 하는 선진(그런 것이 있다면) 교육 정책일 수도 있고, 요즘 이슈로는 기후위기 시대 무한성장 자본주의 열차의 엔진을 식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일 수도, 공평무사(할 것이라 믿고 싶은) 알고리즘일 수도 있을 것이다.

‘잠든 사람은 깨울 수 있지만 잠자는 척하는 사람은 깨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책은 적어도 잠자는 척하는 사람을 흔들어 깨우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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