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것을 열망할 수는 없다. 문턱이 낮아진다는 것은 갈증이 커진다는 얘기다. 가질 수 없는 것을, 더 많이 알게 되는 사회. 평균적으로 편리해졌지만 심리적으로 더 빈곤해지는 사회에서 메타버스는 해방구일까, 확장된 경기장일까.<로열로드에서 만나>는 메타버스라는 신대륙을 배경으로 청소년/청년의 욕망과 꿈, 우정을 보여준다. 신기술이 만들어낸 가상의 세계는 낯설어도 작동원리인 인간의 욕망과 감정은 익숙한 것이다. 외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우리나라가 잘 보이는 것처럼 메타버스라는 프리즘을 통해 현실 세계가 또렷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책은 표제작을 비롯한 세 편의 단편이 묶여 있는데 주인공은 청소년 혹은 젊은 청년들이다. 메타버스라는 이질적인 공간 속의 이들은 여전히 두렵고 외롭고, 꿈이 필요한 만큼 좌절하기 쉬우며, 관계의 안전거리는 제각각 다르다. 이들의 혼란과 선택은 ‘자기다움’과 ‘사람다움’, ‘친구다움’ 등에 대한 매우 고전적인 질문을 던진다. 여행을 할 때면 국경을 지날 때 깨닫는 문화적 차이와 그 차이를 넘어서 통하는 인간다움을 함께 느끼는 것처럼 <로열로드에서 만나>라는 메타버스 여행은 그렇게 낯설고도 익숙한 이야기를 통해 경고와 희망을 함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