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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재발견 - 뇌과학이 들려주는 놀라운 감사의 쓸모
제러미 애덤 스미스 외 지음, 손현선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월
평점 :
'범사에 감사하라'는 누가 이야기해도, 누구에게 권해도 딱히 반박하기 어려운 삶의 지침이다. 감사의 가치를 360도로 조망하는 책 <감사의 재발견>은 그런 점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 만으로도 어쩐지 양서 목록에 들 법하다. 뇌과학을 비롯한 여러 연구 결과와 에세이를 한데 엮은 편저 형식인 까닭에 처음에는 '감사에 대한 성가대 합창' 일지도 모르겠다는 인상이 있었다. 책을 덮으면서 느낀 것은 '다양한 화성이 공존하는 합창의 매력'이었다. '감사의 거울' 앞에서 '나는 과연 충분히, 제대로 감사하고 있는지' 자문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사실 감사야말로 꼭 필요하고 중요한 삶의 덕목이자 태도지만 가끔은 습관적으로 주고 받는 감사에 대해 회의를 느끼곤 한다. 특히 타인의 불운을 계기로, 혹은 낮은 곳을 바라보는 비교를 전제로 한 감사, 또 어떤 상황에서도 감사할 것을 찾아내자는 긍정심리학이 주는 피로감, 더 나아가 때로 인생의 고통이나 괴로운 현실을 외면하게 만드는 회피 작용에는 반발심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런 부작용 보다는 감사를 연습하고, 발견하고, 나누는 일이 더 큰 가치가 있다는 것을 거듭 확인하게 됐다. 감사의 정의와 역사, 문화권마다 다른 감사의 맥락과 방식 등 개념이나 이론부터 감사를 잘하는 방법, 상황별, 역할별로 감사가 가져다주는 구체적인 유용함 등 실용적인 방법론까지 폭넓게 이어지는 감사의 쓸모가 갖는 설득력 앞에서 감사의 가치를 무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이론적 접근 이상으로 마음을 움직인 것은 후반부의 에세이와 인터뷰였다. 특히 17장의 '새아버지 노릇을 통해 배운 감사'는 보석같은 감사의 증언이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논바이너리(제3의 성)인 의붓아들을 양육하는 새아버지로서 어떻게 감사를 배웠는지를 이야기하는 이 글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책을 읽으며 이전까지는 상상해본 적 없는 글쓴이의 입장에 서 보는 잠깐의 경험에서 “감사는 상황과 조건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그리고 “감사는 느끼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라는 명제를 삶의 드라마로 경험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들이 들려주는 합창곡을 듣다보면 제각기 다른 곳에 귀를 기울이더라도 결국 "감사가 사치품이 아니라 생존기술"이며 "잘 보이지 않는 축복에 밑줄을 긋는 형광펜"이고 "우리를 움직이는 도덕적 가치"라는 공통의 후렴구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