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리는 관계 - 단절의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크리스토프 앙드레.레베카 샹클랑 지음, 이세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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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사람 인(人) 자는 획 2개가 서로를 받쳐주며 의지하고 있는 형상이다. 사람이란 본디 다른 생명에 기대어 존재할 수 밖에 없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나를 살리는 관계>는 이처럼 우리는 아무도 홀로 설 수 없다는 전제 아래, 병적인 의존부터 ‘건강한’ 의존에 이르는 스펙트럼을 다양한 예시로 보여주면서 개인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관계’가 어떻게 우리를 구원하는지를 촘촘하게 증명해보인다. 책에 따르면 ‘도움을 청할 용기가 있지만 스스로 상황에 대처할 수 없다고 느끼지는 않는 것’이 건강한 의존의 특성이다.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라는 홍보문구에서 유추하건대 개인주의가 기본값으로 병적으로 의존을 백안시하는 서구 문화속에서 긍정적인 상호의존적 관계의 필요와 의미, 기술을 다룬 책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은 듯하다. 

 책은 아이와 부모의 애착관계를 비롯해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의 여러가지 관계의 유형과 상호의존의 양상 및 바람직한 의존에 대해 친절하게 풀어놓는다. 아이를 키우면서 불현듯 ‘내가 맞는 건지’ 의구심이 드는 부모라든지, 관계로 어려움을 겪는 이라면 매우 실용적인 조언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도움을 구하는 용기와 타인에 대한 친절을 강조하면서도 상호의존은 일방적인 의존이나 빚을 지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강조한다. 특히 고마움과 채무감은 다르다는 지적이 인상깊었다. 채무감이 우세하면 관계가 좋아지기는 커녕 갈등이 불거진다. 도움은 상대가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 때, 그리고 특히 상대가 가치관을 존중받는다고 느낄 수 있을때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주어질 수 있다. 단순히 돕고 싶은 마음으로는 충분치 않다. 

 인도주의적 지원에서도 외부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전적인 지원과 이미 가진 것과 자원을 활용하게 하는 부분적인 지원을 두루 고려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와 닿았다. 요청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떨어지는 ‘낙하산’원조가 수혜자의 무효용감과 무능감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지적은 현장에서도 여러차례 확인할 수 있었던 사례다.  

 나를 둘러싼 관계망들을 돌아보며 새삼 고마움을 느끼고, 긍정적 상호의존 관점에서 더 할 수 있는 것과 덜 해야 할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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