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리운 나의 집”

<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의 소설을 읽고




오랜만에 공지영의 소설, 아니 소설을 읽었다.

마음이 심란하고 어수선할 때는 소설이 몰입하기가 좋다. 그러다보면 결국 소설만 읽게 돼서 소설읽기를 경계하고 있지만, 결국은 책을 쉽게 구할 기회를 버리지 못하고 손에 쥐고 말았다.

'재미있는' 책.

왜 재미있다고밖에 표현하지 못할까? 내게 있어 책에 대한 최고의 찬사는 "재미있다."이다. 그게 설령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이고 인생의 쓴 맛을 더 강하게 품고 있는 글이더라도, 또는 역사의 한 장면에서 이미 잊혀져버린 누군가의 아련한 슬픔의 서사시라고 하더라도 감명깊게 읽은 책은 "재미있다." 라고 밖에 표현되지 않는다. 그래서 간혹 표현의 허술함과 한계에 경악하게 된다.

 공지영의 소설은 일단 흡인력이 강하다. 작년에 "우리들의 행복했던 시간"이 영화와 함께 히트를 칠 때에도 어쩌면 뻔한 그 이야기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은 읽고 말았었는데.. 눈물 흘리면서 경험하는 카타르시스..!

 어쩌면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과 삶을, 심란함과 정체없음, 불분명함을 위안하기 위해 소설을 읽는 게 아닐까?

 이번에는 지금 공지영의 삶을 미루어 짐작하게 하는 "즐거운 나의 집"이다. 성이 다른 세 명의 아이를 키우는 이혼 여성이면서 이름 있는 작가를 엄마로 둔 '위령'이라는 19살 아이의 기록인데, 딸이 엄마이고 엄마가 딸인 것 같다. 둘은 분신처럼 닮아있고, 둘의 목소리는 서로의 삶을 살아가는 지점에서 놀랍도록 하나로 맞닿아 있다.

 그래서 엄마와 딸은 서로의 동질성을 확인하면서 아픈 상처를 치유해간다. 둘의 용기가 "즐거운 나의 집"을 "즐거운 우리 집"으로 만들어낸다. 이 경우 '용기'란 두려움을 모르는 상태가 아니라 두렵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뭔가가 있다는 것을 아는 상태를 일컫는다.

 새엄마와의 갈등, 아빠의 침묵에 대한 애증의 감정이 엄마와의 스스럼없는 소통으로 하나씩 풀려갈 때쯤 어린 동생들의 성장통, 사랑하던 고양이의 죽음, 그리고 동생의 아빠의 갑작스런 죽음을 경험하면서 엄마를 위안하고 스스로를 위안하는 연습을 하는 위령의 6개월간의 성장일기이다.

 집은 '또 다른 목표를 향해 가기 위해 잠시 머무는 베이스캠프일 뿐이지만 결코 허술해서는 안 되는 곳'이다. 하지만 작가는 곧 "집이 없다면..?" 이라는 질문을 던진다. 바로 우리들 존재의 근거지가 되는 곳. 집에서 가족은 관계를 변형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마음에 안 들더라도 잘 지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마음에 안 든다고 보지 않는다거나 바꿀 수도 없다. 오직 최선을 다할 관계일 뿐.

 '머리를 편안히 뉘일 수 있는 곳'이라는 어원을 가지고 있다는 home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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