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얘기를 꼭 하고 시작해야 할 것 같다. 표지가 정말 멋지다!
나는 솔직히 '황의 법칙'을 처음 들어봤기 때문에 내용만 보고 책을 골랐는데, 이 표지는 책의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책의 내용을 짐작가게 하는 좋은 표지다. '황의 법칙'은 '메모리 반도체의 용량은 1년에 2배씩 늘어난다'는 이론이다. 전면은 회로 모양으로 에폭시 코팅 후가공을 가하고, 이름이 적힌 까만 정사각형 주위를 작은 점들이 둘러싼 형태다. 대단히 근사하고, 반도체라는 주제와도 잘 어우러진다. 김효정 디자이너님께 박수를 보낸다.
추천사를 읽으며 이게 강의록이라는 걸 알았다(추천사는 대단히 거창해 읽으면서 조금 당황했다.) 한 번도 강의록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괜찮을까? 싶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꽤 좋았다. 내가 잘 모르는 분야를 너무 어렵지 않은 구어체로 들으면서도, 대학 강의라는 수준높은 내용으로 이루어져 대중서로서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 주제가 '혁신'이긴 하지만 반도체 산업 전반에 걸쳐 저자가 시도한 혁신의 구체적인 사례가 나오기 때문에, 사전 지식이 있으면 더 읽기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체적인 사례라는 점을 강조하는 이유는 혁신의 방법 자체에 대해서는 특별히 어디서도 본 적 없다는 느낌은 아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의 점, 선, 면 연결 등의 방법처럼 원칙만 나열했을 때는 다소 막연한 부분들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장점은 탄탄한 실제 경험을 통해 생각을 구체화시키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점이다. 강의가 책으로 됐을 때의 장점인 건지, 한 챕터마다의 유기성이 짙고 각 주장에 대한 근거가 몹시 풍부하다. 어디서부터 읽어도 좋은 책이지만, 요약본을 읽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6장 융합의 실현 부분에서 '에너지 그리드'를 소개한 부분이 인상깊었다. 에너지를 관리하는 중앙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재생에너지 비즈니스 바이블'에 나온 VPP(가상발전소)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VPP가 스마트그리드 기반으로 작동되는 것이라고 한다. 스마트그리드가 가상발전소라는 하나의 제품의 소프트웨어 같은 느낌이다. 전에 읽은 책에서는 남는 에너지를 필요한 주변에 갖다 주는 정도로 이해했는데(당근마켓), 이 책에서는 에너지 사용 현황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효율적 사용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설명한다. 단순히 화석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에너지량 자체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스럽게 깨달을 수 있었다.
출판사에게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이 처음 왔을 때, 도서관에서 만났다면 거들떠도 안 보게 생겼다고 생각했다. 이런 표지는 애매하다. 차라리 수학의 정석같이 고루하게 생겼으면 그 근엄함에 기대라도 했을 것이고, 일러스트 같은 느낌이었다면(책의 내용과 어울리지는 않겠지만) 예쁘기라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표지는 미X캔버스에서 적당히 무난해 보이는 템플릿을 고른 대학생의 조별과제 발표 표지 같다! 라온북 출판사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대개 자기경영과 비즈니스 분야의 도서들을 출판해 왔다. 이 책과 거의 비슷한 느낌의 표지들이다. 표지에 그렇게 공들일 필요가 없는 분야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 아쉽다. 책의 내용은 좋아서 더 그렇다.
탄소 중립은 기후 위기와 함께 '성큼' 우리 앞으로 다가온 주제다. 인간이 위기가 눈앞에 닥칠 때까지 외면하다가 문제가 거하게 터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해결책을 만드는 족속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기후 재난은 제1세계에까지 닥쳤고, 환경 위기는 시급한 안건이 되었다. 2015년 파리협정이 체결되었고, 2050년까지 탄소 중립, 즉 탄소 순배출량 0을 달성하는 것이 세계의 목표다. 이를 이루기 위해 CCUS(탄소 포집)이니 재생에너지니 하며 새로운 기술이 주목받는다. 솔직히 아직은 대중적으로 생경한 분야다.
이 책은 바로 그 '재생에너지'를 비즈니스적으로 다룬 책이다. 책은 총 5장으로 재생에너지란 무엇인지, 한국에서 재생에너지 사업 현황은 어떤지, 재생에너지 사업을 진행하는 실전적인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다룬다. 실무적인 내용이 많기 때문에 내용은 직접 읽어보는 게 나을 것 같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책에는 처음부터 읽어야 하는 종류(문학이나 학자의 논증 류 등)가 있고 필요한 부분만 찾아 읽어도 되는 정보류 도서가 있는데, 이 책은 후자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퀄리티 좋은 위키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사업을 시작하는 방법'이라는 측면에서 선형적으로 연결되긴 한다. 하지만 사업을 진행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필요한 부분만 찾아서 읽어도 되는 책이다. 진심으로 이 사업에 관심이 있다면 책장에 하나쯤 꽂혀 있어야 할 것이고, 나같이 가볍게 친환경과 재생에너지에게 관심만 있는 사람으로서는 전반적이고 밀착적인 업계 현황을 알 수 있어 좋을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자세한 내용이야 방법론이기 때문에 생략하고) 재생에너지는 중요한 미래 사업이고, 이걸 발전시키지 않으면 국제 경제에서 큰 타격을 받는데(보상과 제재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관련 분야가 미비한 실정이라는 내용이 반복해서 나온다. 나야 사업도 모르고 에너지도 잘 모른다. 하지만 읽을수록 이건 아무리 봐도 규모의 경제 같은데 대한민국에서 세계를 상대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가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은 들었다. 스마트폰이야 제조업이라 부품 수입하고 물건이야 외국에 팔면 됐지 에너지는 우리나라에서 수급할 수 있는 한계가 있는 것 같은데... 하지만 식량처럼 어느 정도의 자급률은 확보되어야 하는 분야인 것 역시 자명하다. 책에서는 ess경영을 실천하는 외국 기업과 무역하기 위해서라도 재생에너지 사업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우리나라 내수 시장에서 먼저 성공하는 게 그나마 제일 가능성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책이 잘되서 발행을 더 찍어낸다면 각 실무진들의 인터뷰가 들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책날개부터 범상치 않다. 라이스 대학, 밴더빌트 대학, 존스 홉킨스 대학,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여러 수준높은 기관들을 거쳐온 작가의 화려한 약력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어떤 학위를 따고 어떤 업적(?)을 이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의 인생은 결국 뼈로 요약된다. (마치 하나의 키워드를 잡고 작성한 고등학교의 우수 세부특기사항 사례 같다.) 작가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책날개를 우아하게 마무리짓는다. “환자를 진료하거나 연구를 하지 않을 때는 가드닝, 자전거, 조깅을 하면서 자신의 뼈를 튼튼하게 만들고 있다.” 이쯤에선 확실하다. 작가는 그야말로 뼈타쿠(뼈 오타쿠)가 아닐 리 없다.
그리고 원래 오타쿠가 쓴 책이 재밌는 법이다. 읽다 보면 '역시 학자와 교수들이란 생산적이고 학구적인 오타쿠들이 틀림없다. 뼈 하나에 이토록 몰두하다니 나 원 참'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작가의 뼈에 대한 순수한 사랑에 웃음이 나기도 한다. 결국 몽글몽글한 기분과 함께 책을 읽다가 다음 문장에 빵 터지고 말았다.
p.25 연골의 구조와 기능은 뼈만큼이나 매혹적이지만, 이야기하자면 끝이 없으므로 별도의 책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뼈사모(뼈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인 우리가 알아두고 넘어갈 것은 단 하나, 연골이 치밀뼈에 비해 부드럽고 미끌미끌하다는 것이다.
무시무시한 물리학 설명과 앙큼한 작가의 수작
은근슬쩍 독자인 나까지 뼈사모 회원에 넣어버리는 게 아닌가! 작가가 제법 능글맞고 앙큼하다. 데이비드 보더니스가 전기 회로가 아니라 뼈를 사랑했으면 (그리고 좀 더 과학적 데이터에 집중했으면) 이런 책을 쓰지 않았을까. 위트와 재치가 문장마다 뚝뚝 떨어져 나오니 과학책을 어려워하는 분들도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표지 얘기도 하고 넘어가고 싶다. 표지가 제법 '힙'하다. 엑스레이 뼈 콜라주 사진들로 얻은 '간지'를 네온색 포인트 컬러로 이어받는다. 전면 표지에 쓰인 책 제목은 디자인 폰트인데, 사심 가득 담기기는 했지만 논문의 연장선 같은 책 내용을 보았을 때 책등에 있는 폰트로 통일해도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멋있고 쿨한 표지다. 비슷비슷한 감성 에세이 표지가 유행하는 지금 이 책의 감성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솔직히 난 과학 책을 좋아하지는 않아서 작가의 열의에 쉬이 공감할 수는 없었다. 그냥 뼈는 이런 구조구나, 이런 역할을 하는구나, 그리고 작가가 뼈를 참 좋아하는구나, 초반에는 그 정도의 흥미만 가지고 책을 읽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썩 멋있진 않지만 그래도 내 뼈에도 쓸모가 많잖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서야 조금 놀랐다. 내가⋯ 뼈에도 어떤 '형상'을 원하고 있던 게 아닐까? 길고 마르고 아름다운 몸을 선망하는 시대다. 내 몸을 존중하려고 노력하지만 분명 영향받는다. 그러니까 난 사실 그런 몸을 연출하기 위한 길쭉길쭉하고 얇은, 그래서 '아름다운 골격'을 희망하고 있던 것이 아닐까? 작가가 나도 잘 모르던 내 뼈를 좋아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내 뼈를 나보다도 더 좋아하는 게 문제였던 것이다. 사실은 이렇게 멋진 친구였는데. 이런 목적으로 쓴 글은 결코 아닐 것 같지만(작가는 단지 광기에 찬 뼈 오타쿠일 뿐이다), 작가가 너무 내 뼈를 좋아해 줘서 나도 내 뼈가 조금 좋아졌다. 아름답지 않아도 내 뼈와, 내 몸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쉬운 책은 아니다. 아주 긴 수능 비문학 지문을 읽는 것 같기도 하다. 열 장을 채 넘기지 않았는데 복잡한 화학 얘기(독자는 고등학교 때 화학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다⋯), 뼈의 구조적 장점을 열거하기 위한 물리학적 설명, 의학 교재에나 나올 법한 다양한 뼈의 이름들이 총천연하게 출동하여 책 읽는 속도를 느리게 만든다. 하지만 문장 하나하나가 저자의 뼈에 대한 열정으로 잘 관리되어 있다고 할까, 어떻게든 독자를 이해시켜서 같이 뼈 덕질을 하자는 저자의 열망이 돋보인다고 할까. 쉽지는 않지만 못 읽을 정도도 아니다. 뼈에 대한 가벼운 관심이나 새로운 과학적 지식을 찾아 헤매는 분들, 그리고 그냥 도서관 400번대 책들을 좋아하는 모든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한 마디로, 좋은 책이다.
그리고 읽다 보면 당신도 틀림없이 뼈와 사랑에 빠질 것이다!
출판사에게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충분히 슬퍼할 것> 이란 책에서는 갑작스럽게 엄마를 잃은 저자가 그 후의 삶에 대해 적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병원에서의 잘못된 일처리로 인해 억울하게 엄마를 잃은 분노와 좌절, 죄책감 등으로 인해 극심한 슬픔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슬픔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저자는 자신의 감정을 존중하고, 보다 섬세하게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슬픔을 조율하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좋았던 점은 저자가 자신의 감정을 정말 세심하게 살펴본 것입니다. 감정을 살피고,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육체적/정신적으로 나아지기 위해 꾸준히 노력합니다. 스스로에 대한 존중. 저자는 이게 연약해 보이는 감정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강하게 포장하는 것보다 훨씬 건강한 방법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그 결과, 저자는 좀 더 강인하고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하였습니다.이 책은 슬픔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그녀가 겪은 과정과 깨달은 것들은 성장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 책이 제공하는 슬픔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과정에 대한 힌트가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출판사에게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