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처음 왔을 때, 도서관에서 만났다면 거들떠도 안 보게 생겼다고 생각했다. 이런 표지는 애매하다. 차라리 수학의 정석같이 고루하게 생겼으면 그 근엄함에 기대라도 했을 것이고, 일러스트 같은 느낌이었다면(책의 내용과 어울리지는 않겠지만) 예쁘기라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표지는 미X캔버스에서 적당히 무난해 보이는 템플릿을 고른 대학생의 조별과제 발표 표지 같다! 라온북 출판사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대개 자기경영과 비즈니스 분야의 도서들을 출판해 왔다. 이 책과 거의 비슷한 느낌의 표지들이다. 표지에 그렇게 공들일 필요가 없는 분야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 아쉽다. 책의 내용은 좋아서 더 그렇다.
탄소 중립은 기후 위기와 함께 '성큼' 우리 앞으로 다가온 주제다. 인간이 위기가 눈앞에 닥칠 때까지 외면하다가 문제가 거하게 터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해결책을 만드는 족속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기후 재난은 제1세계에까지 닥쳤고, 환경 위기는 시급한 안건이 되었다. 2015년 파리협정이 체결되었고, 2050년까지 탄소 중립, 즉 탄소 순배출량 0을 달성하는 것이 세계의 목표다. 이를 이루기 위해 CCUS(탄소 포집)이니 재생에너지니 하며 새로운 기술이 주목받는다. 솔직히 아직은 대중적으로 생경한 분야다.
이 책은 바로 그 '재생에너지'를 비즈니스적으로 다룬 책이다. 책은 총 5장으로 재생에너지란 무엇인지, 한국에서 재생에너지 사업 현황은 어떤지, 재생에너지 사업을 진행하는 실전적인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다룬다. 실무적인 내용이 많기 때문에 내용은 직접 읽어보는 게 나을 것 같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책에는 처음부터 읽어야 하는 종류(문학이나 학자의 논증 류 등)가 있고 필요한 부분만 찾아 읽어도 되는 정보류 도서가 있는데, 이 책은 후자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퀄리티 좋은 위키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사업을 시작하는 방법'이라는 측면에서 선형적으로 연결되긴 한다. 하지만 사업을 진행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필요한 부분만 찾아서 읽어도 되는 책이다. 진심으로 이 사업에 관심이 있다면 책장에 하나쯤 꽂혀 있어야 할 것이고, 나같이 가볍게 친환경과 재생에너지에게 관심만 있는 사람으로서는 전반적이고 밀착적인 업계 현황을 알 수 있어 좋을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자세한 내용이야 방법론이기 때문에 생략하고) 재생에너지는 중요한 미래 사업이고, 이걸 발전시키지 않으면 국제 경제에서 큰 타격을 받는데(보상과 제재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관련 분야가 미비한 실정이라는 내용이 반복해서 나온다. 나야 사업도 모르고 에너지도 잘 모른다. 하지만 읽을수록 이건 아무리 봐도 규모의 경제 같은데 대한민국에서 세계를 상대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가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은 들었다. 스마트폰이야 제조업이라 부품 수입하고 물건이야 외국에 팔면 됐지 에너지는 우리나라에서 수급할 수 있는 한계가 있는 것 같은데... 하지만 식량처럼 어느 정도의 자급률은 확보되어야 하는 분야인 것 역시 자명하다. 책에서는 ess경영을 실천하는 외국 기업과 무역하기 위해서라도 재생에너지 사업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우리나라 내수 시장에서 먼저 성공하는 게 그나마 제일 가능성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책이 잘되서 발행을 더 찍어낸다면 각 실무진들의 인터뷰가 들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