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마이 라이카 토마토 청소년문학
김연미 지음 / 토마토출판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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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라이카는 지구를 구하겠답시고 어떤 외압도 없이 아내와 어린 아이를 두고 우주로 떠난다. 남겨진 벨카는 어머니일랑 아랑곳 않고 자아 정체성의 확립과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 해소를 위해 우주로 떠난다. 또 다시 남겨진 어머니는 어떻게 됐을까? 모른다. 중요한 건 벨카가 아버지를 위해 메시지를 남겼고 아버지는 그 메세지를 이정표 삼아 남은 삶을 살아간다. 성장물에서 아들은 꼭 아버지보다 나아야 한다는 법칙이라도 있는 건가?

 

 약간의 반전적 요소가 있기는 한데 대단히 신선한 건 아니고, 아무튼 그렇게 해피엔딩. 책장이 덮힌다. 표지 너머의 나만 몹시 황당해진다. 이 가족 구성원은 셋이 아니고 둘인 모양이지? 모든 창작물에서 조연이 매력적이거나 일정량의 분량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 이렇게까지 20년 전의 촌스러운 할리우드 클리셰의 총집합일 수가 있는 걸까? 이렇게까지? 1973년작 소설이라고 해도 믿겠다. 그렇다. 다 어디서 본 내용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이 소설에서 어머니의 분량에 화가 난 이유는 아버지와 아들의 서사가 너무나 진부한 나머지 그걸 타파할 수 있는 유일한 역할을 어머니가 맡았어야만 했는데, 그녀에게는 이름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조명한 인물은 평면적이고 서사는 보잘것없다. 현실적일지는 모른다. 하지만 독자를 설득하거나 유혹하기 위해서는 대단히 이기적이거나 조금쯤 비인간적일 필요가 있는 법이다.

 

자, 이렇게 앞뒤 가릴 것 없이 떠난 둘만의 우주. 둘만의 그리움에는 과분한 우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떠날 바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머물겠다고 생각할 수는 없는 걸까? 떠난 곳을 향해 가는 여행은 비합리적이다. 그 비합리를 상쇄할 매력을 찾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박사는 생각보다 의연했다. 바꿀 수 없는 사실에 대해서는 받아들이기로 한 것 같았다. 그러나 라이카는 그런 그의 태도가 오히려 더 혼란스러웠다. 두 사람은 많은 것을 걸고 스스로를 희생해 가며 여기까지 왔기 때문이다.

“그럼 우린 이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라이카는 놀랍도록 차분한 박사에게 되물었다. 박사는 절망적인 얼굴로 묻는 라이카를 향해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실패 역시 유의미한 결과입니다. 여러 선택지 중 오답 하나를 지울 수 있으니까요.”

p.159

 

 



닉만이 어스름한 새벽이 밝아 오는 창밖을 바라보며 우두커니 앉아 있을 뿐이었다.

“인간은 참 불편해. 나는 이 행성도 내 집같은데 말이야.”

p.161

 

 

 

 

출판사에게 무상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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