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과 레코드 - 70장의 명반과 140가지 칵테일로 즐기는 궁극의 리스닝 파티 가이드
안드레 달링턴.테나야 달링턴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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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목차를 훑어본 순간부터 이 책에 몹시 지대한 관심을 가지기로 결심했다. 롤링 스톤즈와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를 들으면서 마시는 칵테일이라니. 내가 대단한 록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사기급’의 라인업이 아닌가. <칵테일과 레코드>, 이 책의 제목이다. 뭘 좀 아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의 제목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이해할 것이다. 덧붙이자면 이 서평은 4챕터, 유혹의 186쪽에서 소개된 조니 미첼의 「Blue」 앨범을 들으며 작성되었다. 너무 바쁘셔서 글을 다 읽을 시간이 없는 분들은 그 앨범 이름 하나만은 기억하고 가시길 바란다. 가장 좋아하게 된 곡은 첫 트랙인 ‘All I want.’



p.186

“이름이 「Blue」인 만큼 이 앨범은 온통 비 오는 날 같은 느낌이겠거니 생각할 수 있지만 우울한 느낌이 조금 있기는 해도 수록곡들은 햇빛에 흠뻑 젖어 있다. (⋯) 우리가 이 앨범에 노래를 깊이 새겨 듣는 것을 즐기는 이유는 이렇다.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은 이 앨범에 수록된 곡은 하나하나가 미첼의 개인 소지품으로 가득한 서로 다른 색깔의 방처럼 느껴진다. 옛 편지, 꽃, 시, 손으로 뜬 스웨터, 프랑스 산 오드콜로뉴… 이런 것들이 노래 전체 골치 흩어져 있으면서 회원에 잠긴 내밀한 인물화를 만든다. 한없이 로맨틱한 기분이 들 때는 「Blue」를 듣는다.”



<칵테일과 레코드>, 안드레 달링턴 · 테니아 달링턴 지음, 그리고 아주 아름다운 표지.




186쪽, 조니 미첼의 「Blue」.



이 책의 구성

록, 댄스, 칠(Chill), 유혹의 네 개 장으로 나누어 소개되어 있다. ”앨범마다 아티스트와 앨범에 관한 해설이 있고, 파티를 위한 아이디어도 함께 소개(p.10, ‘이 책의 구성’)“했다고는 하지만… 이 책을 수정 없이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저자들의 ‘마니아적’ 특성을 응원하는 바이나 실제 파티에 적용하려면 사전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리스닝 파티에 초대된 사람들에게 고지 없이 하드 록을 틀면 구성원들 간 의견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펑크 록은 쿨하다. 이기 팝은 더더욱. (다들 알다시피, 이런 식으로 주정뱅이들 간에 싸움이 시작될 것이다. 주의하라!)



술이 있는 리스닝 파티를 여는 법

페이지 11쪽. 읽어 보니 책만의 영업 비밀인 것 같으므로 자세히 적지는 않겠다. 중요한 것은 철저한 사전 준비, 그리고 맛이는 칵테일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1컵’은 240ml라는 것도 잊지 말길!



2가지, 3가지 재료로 만드는 맛있는 칵테일

페이지 12쪽. 보아하니 이것도 또 다른 영업 비밀인 듯하다. 재미있어 보이는 이름은 그레이하운드, 보일러메이커, 플레임 오브 러브. 하지만 개인적으로 반드시 먹어 보기로 다짐한 것은 레드 와인 핫 초콜릿이다. 혈관 따위 신경 쓰지 않고 마시멜로를 잔뜩 곁들일 것을 약속드린다. 그리고 노래가 Iggy Pop의 The Passenger로 넘어갔는데 이것도 완전 쿨하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All I Want가 끝났을 법하니 다음 노래로 이걸 틀면 된다.



노래 목록들 (1~4챕터)

완전 쿨하다. 하지만 어떤 노래들은 어떤 사람들에게 다른 노래보다 조금 더 쿨하다. 그렇다. 난 록 팬이다. 편파적인 심판이므로 판정은 이쯤 하겠다.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Iggy Pops의 The Passenger다. 그 다음은 Lust for Life다. 몹시 신난다. 그리고 롤링 스톤스⋯ 레드 제플린⋯ 건즈 앤 로지스⋯ 넘어가자.

Green Day의 Bulevard of Broken Dreams!



바의 비전

총 224쪽의 페이지 가운데 약 200쪽을 음악에 할애한 시점에서(물론 칵테일 재료도 작성되어 있기는 하다) 이 책은 음악에 대한 사랑 고백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지만, 그래도 ‘칵테일‘을 빼먹지는 않는다. 집에서 칵테일을 만들 때의 팁들이 첨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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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친절하셔라.



그리고 마음들

 CD 이후 세대에 태어났다. MP3에 종말을 고하고 스트리밍(심지어 블루투스로도!) 무손실 음원을 지원하는 시대. 그러나 놀랍게도(미안합니다) 여전히 살아있는 비틀즈. 아직도 LP판을 판매하는 테일러 스위프트. 살아본 적 없는 시대에 향수를 느낄 수도 있는 걸까. 상황에 맞는 수만 개의 플레이리스트가 유튜브에 흘러가는 가운데, ‘레코드’가 주는 감각에 대한 그리움은 어쩌면 온전히 선택하고 조성한 자신만의 시공에 대한 갈망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주 분명하게도, 어떤 사람들은 술과 음악을 자기만의 방에서 빼놓지 않을 터다. 사랑스러운 인류의 가장 오래된 유희들. 그리고 다른 사람들.


 저자들의 깊숙한 애호를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칵테일과 레코드는 어쩌면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논알콜 맥주여도 괜찮을 것이다. 오래된 고전 무성 영화여도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것을 가까이 두려는 마음만은 결코 잃지 말아야 한다. 왜냐면 사랑과 용기가 전부니까. 거짓말 같지만 정말로.


 이제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지킬 용기를 줄 마법의 액체와 노래에 관심이 생겼다면, 이 책을 책장에 꽂아 보는 것은 어떨까?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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