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디베어는 죽지 않아 안전가옥 오리지널 27
조예은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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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재밌다. 엄청나게 재밌다. 읽는 내내 너무 신이 났다. 전작에서부터 이어지는 조예은 작가의 기괴해서 눈을 뗄 수 없는 세계가 이번에는 좀 더 길게 이어진다.그러나 긴장감은 잃지 않는다. 오히려 쫄깃하다. 간결한 문장, 휘몰아치는 전개. 장면의 전환과 과거 회상, 드러나는 비밀… 그리고 애초에 음모와 백골이 굴러다니는 자극적인 소재. 이 모든 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텍스트적으로 최고의 긴장감을 선사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테디베어는 죽지 않아>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모으던 소녀가 인신매매 사건에 휘말리며 어머니의 죽음에 얽힌 비밀과 음모를 파헤치는 이야기다. 다정한 테디베어와 함께. 이 상반된 두 문장 사이에서 이 책은 핏빛 핑크색이 된다.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된다. 피, 죽음, 비밀, 음모, 시체, 돈, 계급. 곰인형, 추억, 엄마, 웃음, 친구, 사랑, 희망. 총과 테디베어를 같이 챙긴 채로, 선택을 유보한 채로 주인공 화영은 진실을 향해 나아간다. 인간은 과거로부터 벗어날 수 없기에 둘의 무게는 동등하다. 화영의 테디베어는 총에게 살해당했기 때문이다. 화영은 총을 집어 가해자를 쏠 수도 있고 테디베어를 집어 꿰맬 수도 있다. 주인공이 화영이기 때문에 이 책은 상처와 부패가 아니라 슬픔에 관한 이야기이다.



일상의 균열과 대응, 상처와 극복. 흔하다면 흔한 주제일 수 있겠지만 나는 이 책에서 나는 기름 냄새와 라이터 소리가 좋았다. 이 책의 복수는 너무 예쁘지는 않고 너무 허탈하지도 않다. 한 마디로 말하면 나는 화영을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반대로 그가 충분히 사색하고 강단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점도 좋았다. 도하의 유약함이 나중에는 화영의 무엇이 되는 점도 이 책의 주제에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양면성. 이 사정 복잡한 어린애들이 눅눅한 항구 위를 달린다. 찝찔한 피 냄새와 서늘한 총신의 감촉. 여름에 읽기 좋은 호러 소설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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