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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 월드 ㅣ 그리폰 북스 11
제임스 발라드 지음, 김진경 옮김 / 시공사 / 1999년 3월
평점 :
절판
< 낮이면 기괴한 모양을 한 새들이 석화(石化)된 숲속을 날아다니고, 결정화한 강기슭에는 보석을 박아넣은 듯한 악어들이 문장(紋章)속의 샐러먼더(Salamander)처럼 반짝였다. 밤이 되면 반짝이는 인간이 나무들 사이를 뛰어다닌다. 그 팔은 황금의 수레바퀴, 그 머리는 유령의 왕관 같았다......>
크리스탈 월드라는 소설의 첫머리를 펴보고 내가 호감을 느낀 것은 바로 윗 문장, 제목 앞에 발췌되어 있는 이 부분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 내용에는 어딘가 기괴한 끌림 같은 것이 있었다. 고대 도시의 폐허, 관광객들이 바글거리지 않는 폐허가 가진 아름다움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크리스탈 월드가 가진 아름다움도 그와 비슷하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그랬다.
어찌 보면 별 것 없는 내용이지만, 보는 내내 숨을 죽이고, 떨리는 마음으로 읽어야 했으며, 책을 덮은 후에도 작가의 필치에서 느껴지는 고요한 광기 같은 것을 몰아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책. 제임스 발라드라는 작가는 아무리 봐도 사이코임에 틀림없지만, 그런 그의 모습이 그 누구보다도 '현대'의, 현대인과 그 문명의 반영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단, 헐리우드 액션 영화만 보는 사람들은 읽지 말 것. 이게 뭐냐며 화를 낼 가능성이 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