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펴기 전에 이미 예상했지만, 읽으면서 여러 번 울컥했고 울고 싶은 대목도 있었으며 쓸쓸해지기도 했다. 그렇다 해도, 혹은 그렇기 때문에 더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세계적인 기아의 원인이 실제 식량이 모자라서가 아니라(현재 지구에서 생산되는 식량은 100억을 먹여살리고도 남는다) 구조적인 데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신자유주의가 한 나라 안의 빈부격차를 벌리는 것 못지않게 전세계의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도 알고는 있었다. "미국이 모든 악의 중심처럼 그려지기는 해도 사실상 대규모 환경파괴와 독점, 무엇보다도 자국의 상황을 바꿔보려는 모든 개혁적 노력을 분쇄하는 것은 다국적 기업의 힘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뜬구름잡는 수준의 지식일 뿐, 뭐 하나 제대로 아는 건 없었다... 수송기로 식량을 살포하는 것이 원조를 받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위험한 짓인지도 잘 모르지 않았나-_-;

그런 이유는 잘 알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외면하고 싶기 때문이다. 굳이 죄책감을 느끼고 싶지 않기 때문이고, 무력감에 시달리기도 싫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부에 직접 와닿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희망을 이야기하는데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냉소하거나 절망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일까. 몇 년 전까지 나는 어설픈 관심이 무관심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별 거 없어보이는 일이라도 하는 게 낫다. 하다못해 아프리카에 만연한 기아가 흔히 오해하는 것처럼 "척박한 땅이라서", "그 나라 사람들이 무능해서" 해결되지 않는 게 아니라는 것만 인식해도 희망은 있지 않을까?

뭐... 물론 이렇게 말하는 나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아님 말고. 다 같이 망하지 뭐-_- 라는 냉소적인 생각을 안하는 건 아니지만...

다 읽고 옆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읽을래 물어보니 싫다고 고개를 젓더라. 우울해질 게 뻔해서란다. 그런데 의외로 읽기 전이나 읽는 동안에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은 책을 덮고 시간이 지날수록 긍정적인 감정으로 전환된다.


어느 자리에선가, 지인인 B모씨가 미국식 시장경제에 대안이 나오지 않으면 10년 안에 어마어마한 규모의 재난이 닥칠 거라 했었다. 나도 수긍했다. (반 농담삼아 2013년을 거론하기도 했...) 그런데 한 가지가 틀렸다. 대안은 이미 나와 있다. 이미 석유 대체 에너지가 충분히 개발되어 있는데도 그리로 이행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안은 나와 있다. 다만 그리로 가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어쩌면 가지 못하는 건 모두가 '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누군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어쩌면 가능할 지도 모른다. 내가 내 풍요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하는 아주 작은 일이라도, 가능성을 더하는 데 도움이 될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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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18 21:48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갈라파고스 2007년 11월 도서목록에 있는 책으로 2007년 11월 8일 읽은 책이다. 관심분야의 책들 위주로 읽다가 알라딘 리뷰 선발 대회 때문에 선택하게 된 책인데, 이런 책을 읽을 수록 점점 내 관심분야가 달라져감을 느낀다. 총평 물질적 풍요로움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이기에 이 책에서 언급하는 "기아의 진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막연하게 못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