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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투쟁 1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지음, 손화수 옮김 / 한길사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한길사가 올해 2016년에 40주년을 맞는데요,
40주년의 첫 책으로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의 <나의 투쟁>을 선택했답니다.
교양서적을 주로 발행하는 한길사에서는 오랫만에 보는 순수문학 장르죠.
1월 8일부터 입고 예정이었어서 저는 그보다 좀 더 늦게 받았어요.
총 680페이지 분량인데다
보통 소설책처럼 자간도, 글자 크기도 작아서
읽기전부터 겁을 먹을 정도의 두께였었습니다.
이 책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는데요
읽는 내내 이게 어느부분이 픽션인지 도통 가늠이 안될 정도였어요.
실제로 그의 삼촌과 전처는 이 책이 나온 후 저자를 고소하기도 했었답니다. 그만큼 사실적이에요!
크게 나누자면,
그가 어린 시절(주로 대학생이 되기전까지)을 회상하는 파트와 첫번째 결혼을 한 뒤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장례식을 준비하는 파트로 나눠지는데
첫번째 파트는 성장소설, 자전적 소설에 충분히 많은 레퍼토리니 그렇다쳐도
아버지의 장례식을 준비하는 파트에서는 '장례식 준비' 딱 이 한줄의 요약을 위해
정말.. 계속되는 작가의 독백이나 내면의 의식, 솔직한 묘사 등이 독자로 하여금 지금 내가 무얼 읽고 있나, 혼돈이 들 때도 많아요.
냉정하게 말해서,
세계적인 위인이거나 문학사에 길이 이름을 남긴 작가도 아닌 그의 에세이같은 소설을 이정도 두께로 읽고 있자니 너무 지지부진하고,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 같고,
그래서 이 구절의 핵심이 뭔지, 이 얘기를 갑자기 왜 하는 건지, 작가에게 수도 없이 다시 묻고 싶었습니다. '대체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뭐요?'
그는 아마 '아무것도.' 라고 대답할지도 모른 다는 생각이 방금 들었습니다.
그는 아무 얘기도 하고 있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물론 그 방식은 본인의 개인적인 경험을 아주 솔직하게, 다듬지 않고 내보이는 것을 차용했지만 결과적으로 그게 바로 이 책을 덮을 수 없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삶을 관망하면서 나의 지난 시절을 떠올려도 봤었고,
그의 모순적인 태도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보면서 나의 입장이라는 것을 다시금 정비해볼 수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는 '거리를 유지하면서' , '무겁거나 어려운 방식이 아닌' 서술로 최대한 '솔직하고' '사실적으로' 글을 써 나갔습니다.
이런 류의 소설은 전에도 본적이 없는 거 같아요. 다 읽고난 지금도 뭐라 정의내리기 힘듭니다.
개인적인 입장이지만
아무래도 이 책은 나이가 좀 있으시고, 평소에도 장편의 독서를 꾸준히 하셨던 이력이 있으신 분들에게는 '뭐지?'하는 느낌의 새로운 독서 경험이 될 것 같아서 추천해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