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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온도 (100만부 돌파 기념 양장 특별판) -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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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내가 말을 뱉고도 "아차"싶을 때가 있다. 왜 이렇게 못된 말을 했을까, 조금만 달리 말했으면 어땠을까 하고 후회가 된다. 아니다. 마음 저편 어딘가에 '나 이만큼 상처 받았으니 내 상처를 알아봐줘, 그리고 너도 똑같이 아파봐'라는 못된 생각이 있는 건 아니었을까.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나타낸다고 한다. 그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여 최대한 말을 아끼고 가리려고 노력하지만 여전히 후회할 일이 많은 걸 보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내 언어의 온도는 몇 도쯤 될까?

 작가는 일상에서 발견한 의미 있는 대화들, 생각들을 짧은 글로 모았다. 글을 읽는 동안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조금 울컥하기도 하고 미소짓기도 하였다. 어떤 글들은 쉬이 다음 글로 넘어가기 어려워 두세번 반복해서 읽기도 하였다.


 "그냥이란 말은 대개 별다른 이유가 없다는 걸 의미하지만, 굳이 이유를 대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소중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그냥 한번 걸어봤다 中
 "그냥" 이란 말을 흘려듣지 말아야 겠다.

 "기주야, 인생 말이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어찌보면 간단해. 산타클로스를 믿다가, 믿지 않다가, 결국에는 본인이 산타 할아버지가 되는 거야. 그게 인생이야."- 한 해의 마지막 날 中
 인생이 그렇다면, 조금은 어깨의 긴장을 풀고 살아가는 것도 좋겠다.

 작가는 따뜻한 시선을 가진 사람인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이 버스에서, 까페에서, 공원에서 주위 사람들을 바라보고 그들의 대화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물과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졌기 때문에 따뜻한 온도의 글을 쓸 수 있는 것 아닐까?


 "사랑하는 사람과 시선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참으로 소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상대를 자세히 응시하는 행위는 우리 삶에서 꽤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관찰=관심 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기도 한다."-관찰은 곧 관심 中
 "참, 나는 계절이 변하는 미묘한 시기에, 수분크림이나 계절에 어울리는 양산을 어머니 화장대 위에 은밀하게 올려놓는 편이다."-계절의 틈새 中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마음이 부럽다. 나도 따뜻한 시선을 갖고 살면서 다른 사람에게 온기를 주는 말을 하는 사람이고 싶다. 마지막 페이지의 작가가 인용한 말처럼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때 우린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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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바라기 2017-03-06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대 언어의 온도가 너무 따뜻하고 시선이 따뜻해서 꽁꽁 입고 있던 나의 엄살들이 벗겨지나 봅니다
이제 아픈건 아프다고 무서운건 무섭다고 예쁜건 예쁘다고 해요..
이 나이에 치과가 무섭다고도 하고요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학동네 시인선 32
박준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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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읽은 게 언제일까? 기억이 가물가물 할 정도로 시집을 읽은 지 오래된 것 같다. 시를 읽는 것이 마치 작가가 낸 어려운 수수께끼를 푸는 것 같아서 어렵게만 느껴졌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처음 가 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좋아하는 사람이 선물해 준 시집이었다. 이번 수수께끼는 풀 수 있을까?

수수께끼의 힌트는 "그리움"인 것 같다. 시의 화자는 미인을, 부모님을, 형제를, 누이를, 친구를, 살던 동네를, 여행지를, 어린시절 등을 그리워한다. 모든 사람은 자라면서 이별을 경험하게 되기 때문에 그리움을 느끼게 된다. 이 시집의 시는 무겁고 어렵지만, 따뜻하고 어렵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는 화자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인의 얼굴에는, 언제나 햇빛이 먼저 들어 와 들고 나는 그 볕을 만지는 게 좋았다', '당신 눈동자의 맺음새가 좋기도 하였다' 같은 문장에서 화자의 그리움이 느껴지고 그 그리움을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아서 찡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는 보고싶은 누군가가 떠오르기도 한다.

작년에 "응답하라 1988" 드라마가 그 시대를 살지 않은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었다. 이 시집에도 '일제 코끼리 밥솥, 흑백 티비를 젓가락으로 꾹꾹 누르던' 등 70-80년대 정서가 드러나는데 그 시대를 살지 않은 세대도 충분히 옛 정서를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일상을 얘기하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눌 수 있어야 좋은 책, 음악이라고 생각하는데 그에 부합하는 책이 아닐까 싶다. 나이가 들어 다시 이 시집을 읽게 될 때 얼마나 더 많은 부분에 공감하게 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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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바라기 2017-02-25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움을 느끼게 하는 문장은 보고싶은 사람을 그리워하게 합니다 보고싶어집니다
같이 울고 웃고 같은 감정을 느끼고 싶어집니다
그리워하던 얼굴을 보는 순간에도 그리움이 느껴집니다
짧은 만남 뒤에 또다시 그리워할것을 알기에 그렇습니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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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적"이란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인간의 생물학적인 본성을 따르는 것도 인간적이지만, "인간적"이란 말은 대부분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특질, 감정 등을 통해 형성해온 문화, 도덕, 가치관 등을 따르는 것을 의미할 때 쓰인다. 이 책에서는 "인간적"이라는 말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으며 사고하는 인간 역시 인간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인간적인 인간은 누구인가?

 "너무 시끄러운 고독" 속의 주인공 한탸는 더럽고 끈적끈적한 지하실에서 폐지압축공으로 35년간 일해왔다. 한탸는 일을 하면서 종이 더미 속에서 필요한 책들을 추려서 꾸러미를 만들고 그림으로 장식한다. 그러면서 독서를 통해 "뜻하지 않게" 교양을 쌓는다. 한탸는 '이 일이야말로 나의 온전한 러브스토리다'라고 얘기할 정도로 그의 일을 사랑하고 부단히 노력한다. 책 곳곳에서 그가 비유하는 많은 문장들, 책을 다루는 모습을 통해 그가 얼마나 책을 소중히 생각하는 지 알 수 있다. 그런 그의 꿈은 그가 은퇴하는 날 압축기를 사서 그의 집을 가득 채운 책들의 꾸러미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한탸가 일하는 곳의 압축기보다 10배 이상의 성능을 갖는 최첨단 압축기와 책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는 기계적으로 일하는 사회주의 노동자의 등장으로 인해 그는 그의 일터에서 쫓겨나고 그의 꿈도 좌절된다. 그는 충격에 빠지고 배신감을 느낀다.

 책에 담긴 인간의 사유, 고뇌, 사랑 등의 가치를 소중히 생각하고 아름다운 문화를 지키려는 한탸의 모습은 "인간적"이다. 그 인간적인 일을 하지 못하게 되자 그는 굴복하기보다 자신의 노력이 헛되지 않은 것임을 보여주기 위해 압축기 속으로 들어간다. 마지막까지도 인간적이기 위해 인간적이지 않은 환경에 온 몸으로 저항하는 한탸야 말로 너무나도 인간적이며, 숭고하게 느껴진다. 실제 이 책의 작가가 1960년대 공산주의 체제하의 체코에서 그의 책들이 금서로 분류되어 출판이 금지됨에도 다른 체코의 작가들처럼 다른 나라로 망명하지 않고 체코에서 체코어로 글을 썼다는데 한탸의 모습과 일맥상통한다. 다시 한번 천천히 곱씹어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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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바라기 2017-02-20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인간적이고 나를 항상 더욱 매일 인간적으로 만들어주는사람과 책들!!! 인간성을 놓지 않으려는 것도 요즘 시대에는 나름 노력이 필요한거 같아요.
항상 독서와 좋은 만남들을 통해 우리의 인간적인 모습을 놓지 말고 계속 키워키워 나가요!
 
그릿 GRIT - IQ, 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열정적 끈기의 힘
앤절라 더크워스 지음, 김미정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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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 생활을 하면서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매일 같은 사람들을 만나고 비슷한 업무를 하는 일상을 반복하면서 문뜩 나는 발전하고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몇 년 전과 비교해봤을 때 나는 달라진 게 거의 없는 것 같다는 생각에 나에 대한 실망감이 들었다. 그래서 반복되는 일상에 조금이나마 자극을 주고 싶어서 자기계발서를 찾게 됐고 그러다 읽게 된 책이 "GRIT"이다.
 그릿(GRIT)은 IQ, 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열정적 끈기의 힘을 말한다.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알고 있는 개념을 다시 한번 상기해 주고 그릿을 통해 성공한 수많은 사람들의 예를 들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제1부 그릿이란 무엇인가
성취= 재능 × 노력2(제곱), 노력하지 않을 때 재능은 발휘되지 않은 잠재력일 뿐이며 노력은 재능을 기량으로 발전시켜주는 동시에 기량이 결실로 이어지게 해준다.
 제2부 포기하지 않는 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관심사 분명히 하기
- 질적으로 다른 연습하기(연습의 습관화: 피드백, 반성, 개선 필요함)
- 높은 목적의식을 가져라
- 다시 일어서는 자세, 희망을 가져라
 제3부 내면이 강한 아이는 어떻게 길러지는가
- 온 가족이 어려운 일에 도전하라
- 어려운 일도 그만둘 수 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끝낼 시점(등록기간 등)이 될때까지 그만둘 수 없도록 하라
- 스스로 어려운 일을 선택하게 하라
- 1년 이상 특별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게 하라
- 자녀가 완성을 경험하게 하라

 사실 몇 가지 주장은 고개를 갸웃하게도 하고 한 가지 주장을 설명하기 위해 보통 2~3개 가량 예시를 들기 때문에 조금은 지루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천재'가 아닌 나도 열정을 갖고 끈기있게 노력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희망을 갖게 하여 스스로 위로와 격려를 걷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는 노력을 하지 않는 나를 반성하고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해 자그마한 것이라도 시작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이 리뷰도 자그마한 노력 중에 하나다. 꾸준히 책을 읽고 리뷰를 쓰면서 조금은 달라진 나와 마주하고 싶다.(특히! 책 한권 보는 데 몇 달씩 걸리는 나쁜 습관을 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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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바라기 2017-02-12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솔한 글 잘 봤어요.
나에게도 위로와 격려가 됩니다
노력을 통해 성취를 이루는 한 해 됩시다!
퐈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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