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경사 바틀비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허먼 멜빌 지음, 공진호 옮김, 하비에르 사발라 그림 / 문학동네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누군가 불만을 표하거나 어려움을 토로할 때 "원래 그래", "다 그렇지 뭐" 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 사람은 원래 그렇고, 사회생활은 원래 다 그렇다. 하지만 사람이 태어날 때와 어른이 되었을 때의 행동이 같을 수 없으며, 농업사회였던 과거와 산업, 정보화사회가 된 현대의 사회생활이 같을 수 없다. "원래 그래"란 말은 그저 여러 사람의 생각과는 다른 생각을 무시하는 무책임한 핑계에 불과하다.

 바틀비는 업무량이 증가하여 추가로 일손이 필요해진 변호사 사무실에 채용되어 필경사로 일하게 된다. 변호사의 눈에 비친 바틀비는 창백하리만치 말쑥하고, 가련하리만치 점잖고, 구제불능으로 쓸쓸하다. 그는 처음 며칠은 아주 열심히 일을 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많은 분량을 필사했다. 하지만 변호사가 필사본을 검증하는 일을 시키거나 우체국에 다녀오거나 동료를 불러달라는 간단한 심부름을 시키면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거부한다. 심지어 바틀비가 직원들이 퇴근한 사무실을 점령하고 주거해왔다는 사실을 안 변호사가 퇴거를 요구했을 때도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사무실에 계속 머물며 필사하는 일조차도 거부한다. 변호사는 그런 그에게 동정심을 느끼며 회유하기도 하고, 참을 수 없어 화를 내기도 하지만 그는 변호사의 요구를 끝내 거부한다. 변호사는 결국 그를 내쫓지 못하고 사무실을 이전한다. 한참 후에 바틀비는 다른 사무실 입주자에 의해 부랑자로 구치소에 가게 되고 구치소에서 음식마저 거부하며 죽음을 맞게 된다. 바틀비는 필경사로 일하기 전에 워싱턴의 사서 우편물(배달 불능 우편물-발신자나 수신자의 주소가 잘못 기재되었어나 양쪽이 이사를 가거나 사망을 하여 반송도 되지 못하는 우편물)계의 하급 직원으로 일하다 관련 행정기관에 뭔가 변경되는 게 있어서 갑자기 해고를 당했다.

 물론 바틀비의 행동이 다소 억지스럽거나 과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바틀비의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는 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하기 싫은 일,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원래 그래"라는 말로 합리화하며 참고 하는 경우가 많다. "하기 싫다"라고 말하면 이상한 사람으로 찍혀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는 사회시스템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개개인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낼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더 발전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유바라기 2017-03-20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틀비의 ‘안 하겠습니다‘는 자본주의 시대 보이지 않는 계급에 대한 저항이고 용기겠네요!!
예전 작가가 살았던 때는 노동법도 아직 지켜지지 않아서 거기에 대한 사회비판이나 고발하려고 쓴 소설 같아요
안하겠습니다!! 이런 용기를 우리 모두 가지고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의식도 바뀌어가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