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미술관

생각의 미술관 - 잠든 사유를 깨우는 한 폭의 울림
박홍순 지음 / 웨일북 / 2017년 4월

표지 하단에 뒷모습을 보여주는 여인이 보이는 독특한 표지의 책

제목도 생각의 미술관이다.

철학과 미술작품의 만남을 얘기해주는 책

미술작품에 관심을 갖게 된지는 몇 년 안되었고, 지난 1년간 많은 작품을 접했다.

그림 자체가 좋아서 접한 것이기에, 화가의 철학이나, 시대적 배경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에 무시하고 그림을 본 것은 아니지만, 화가와 얘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닌지라, 작품에 대한 비평이나 작품을 둘러싼 이야기에 대해선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 책은 그림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그림을 보는 저자의 주관적 생각이 담겨 있는 책일 것이라 생각하고 고른 책이다.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그림에 대한 설명이라면 별 감흥이 없었을텐데, 저자만의 해석과 철학적 접근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은 신선했다.

저자가 펼친 생각 전부를 동의할 수 있지도, 이해할 수 있지도 않기에, 오히려 참신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아주 재미있지는 않다는...

이 책은 르네 마그리트라라는 화가의 작품과 함께 진행된다.

이 화가는 작년에 알게 되었는데(참 늦게도 알았다), 기억나는 그림은 파이프 그림과 중절모신사들이 대거 등장하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 작품들은 당연하게도 이 책에 주제들로 다뤄지고 있다.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이 각 주제들을 이끌어 가고 있기는 하지만, 그 안에 다양한 작품들이 나온다.

내가 그림을 보기는 많이 봤나보다. 처음 보는 작품이 손에 꼽을 정도니 말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얼마전 조선말에 관한 역사서적을 읽으며 답답한 마음을 표현한 그림을 찾아 본 적이 있었는데, 이 책 끝 부분에 그 그림이 들어 있어서 살짝 놀랐다.

이 책은 총 10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각 주제는 10가지 종류의 사람이다.

마그리트 작품도 그에 맞게 작품 10점.

주제와 그림을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주제                                    그림 

변화를 생각하는 사람             헤라클레이토스의 다리

무지를 생각하는 사람             금지된 재현

기호를 생각하는 사람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관계를 생각하는 사람             골콘다

모순을 생각하는 사람             빛의 지배

개별성을 생각하는 사람          개인적 가치

욕망을 생각하는 사람             음울한 마법(책갈피로 준 그림이 여기에 나온다)

비정상을 생각하는 사람          새를 먹는 소녀

예술을 생각하는 사람             붉은 모델

세계를 생각하는 사람             꿰뚫린 시간

각 주제별로 마그리트의 그림을 정말 잘 선택한 것 같다.

그림에 대한 저자의 설명과 세상과 접목한 철학적 설명.

그림에 대한 설명이 적지는 않은데, 그림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고 드는 것은 아니라서 다소 설명이 적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오히려 철학적 부분이 장황하게 서술된 부분이 있기도 한데, 그것은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니 있는 대로 읽어주면 되는 책이다.

철학으로 접근해도, 그림으로 접근해도 이 책은 소기의 목적은 달성할 수 있다.

다만 르네 마그리트는 20세기 화가이기 때문에, 고풍스럽고 우아한 그림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모순을 생각하는 사람에 나오는 빛의 지배라는 그림은 보면 볼수록 오묘한 느낌이 난다.

그리고 그 주제는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많고 많은 화가중에 어떻게 르네 마그리트를 생각하고 그림을 선택하여 책을 썼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내용이 덜 철학적이고, 좀 더 재미를 가했으면, 많은 대중에게 읽힐 수 있는 책이 되었을텐데,

저자는 그것을 원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 또한 저자의 철학이니 경의를 표한다.

그림과 철학.

이 책을 읽은 오늘은 여름의 문턱이지만 바람이 선선한 가을같은 날씨였다.

이런 날에 커피와 함께 이 책을 읽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니 무얼 더 바라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