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 읽는 남자
안토니오 가리도 지음, 송병선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은 느낌부터 나열하고 시작한다면...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 있었다니.

움베르토 에코의 향수에 버금가는 책.

스페인 최고 역사소설가라는 평가도 인정.


책은 짧지 않다.

요즘 250페이지 내외의 책이 많은 걸 보면,

이 책은 570여페이지로 2배가 넘는 분량이다.


주인공은 송자 - 나랑 성이 같네.

최고의 검시관으로 인정받기까지 파란만장한 송자의 인생.

소설에서 거론되는 주인공의 삶은 1년이 채 안되는 것 같다.

도망치기 시작하면서부터 죽음을 극복하는 그 기간.

물론 몇 년전 이야기부터 시작되니 1년짜리는 아니지만...


이야기는 1206년 송나라 푸젠성...에서 시작한다.

주인공 송자의 주변 환경은 최악이다.

물론 시체 읽는 남자가 되는 기본은 부친이 살아 있을 때 익힌 것이것이지만,

내용이 전개되는 시점부터는 고생도 모질게 하고, 사기도 당하고, 누명도 쓰고, 모함도 당하고, 숨어다닐 수 밖에 없는 등 우호적 환경은 없다고 봐야한다.

도와주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그 당시 사회를 보면 도망자의 입장에선 그런게 당연했던 시기인가보다.

책에서 시체판독가라고 일컫는 검시관으로써의 재능을 인정해 준 두명이 있었기에,

주인공의 이야기는 재밌어진다.

검시관으로서 정도 공부-->외도(생계형) 점술가-->정도 검시관의 과정이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권한이 주어지지는 않았지만, 살려면 밝혀내야 하기에 드러나는 탁월한 수사관으로서의 자질이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 이상으로 이 책의 만족도를 높혀 주는 것 같다.


전반부에서 주인공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것은 아픈 여동생이다.

여동생 때문에 많은 것을 희생할 수 밖에 없었던 송자.

동생이 죽은 후인 후반부에도,

갖은 고생을 하지만 부양가족이 없어졌기에 스토리 전개상 좀 안타까왔던 부분은 사라진다.

선한 사람으로 나오기 때문에 여러가지 원치 않는 고생을 함에도

주인공 송자를 둘러싼 인물들과의 이야기는 재미있게 전개된다.

첫 스승과의 관계, 나중 스승과의 관계, 생계형 동업자, 자를 시기하여 암투하는 동료, 사랑을 나누는 여인 등 어느 하나 놓쳐서는 안되는 내용들이다.


동생이라는 짐은 없어졌지만 끝날 때까지 수배자 신분인 주인공의 이야기는 눈을 뗄수가 없다.

시체를 보는 내용은 CSI라는 미드 이후 별반 감흥이 없다.

검시관 드라마는 덱스터라는 미드가 기발한 내용이었는데,

검시관이자 살인자 덱스터 역할을 좀주인공 송자가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간절히 들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작가의 전개방식이 훨씬 좋았다고 생각은 들었지만 말이다.


누가 나의 편이고, 누가 나의 적인지를 끝까지 모르다가, 이 책 마지막 부분에서 다 드러낸다.

사실 가장 믿었던 사람이 배신을 하면 정신적으로 무너지고, 회복이 참 힘들 것이다.

이 책은 주인공의 그런 상태를 여지 없이 나타냈고,

가족에 대한 복수심과 타고난 두뇌를 이용하여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 자는 명석한 두뇌를 소유했지만 정 때문에 어려움에 자주 저한다.

가족에 대한 사랑, 스승에 대한 사랑, 그리고 여인에 대한 사랑이 이 책을 더 재미있게 만드는 구성이다.


송나라 시대에 정말 이런 검시관이 있었는지는 몰랐는데,

1247년 법의학서 세원집록을 송자가 저술했다고 한다.

그러니 역사소설이라는 말은 정확한 표현이다.


총 6부로 구별해 놓았다.

한번에 다 읽으면 좋겠지만, 그럴 시간이 안되면 장별로 끊어서 읽으라는 저자의 배려가 아닌가 싶다.


첫장을 읽을 때부터, 이 책 뭔가 심상치 않은데 라는 느낌을 준 시체 읽는 남자.

읽는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게 한 시체 읽는 남자.

이런 소설은 읽어 봤다면 주변에 권장해 줘야한다.

안토니오 가리도. 내게는 기억해야 할 작가가 되었다.


혹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은 이 책을 꼭 봤으면 하는 바램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