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당의 붉은 비단보
권지예 지음 / 자음과모음 / 201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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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얼마전 자음과 모음에서 출간한 뺑덕의 눈물을 읽고 너무 감동을 받은 이후 읽은 책이다.

읽은 소감을 먼저 적는다면,

뺑덕의 눈물에 버금가는 명작이다.

뺑덕의 눈물은 10점을 줬는데,

이 책은 10점을 주지 않은 까닭은 예측 가능한 부분이 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신사임당의 죽음으로 이 책은 시작한다.

그리고 함께 놓여 있었던 붉은 비단보가 스토리를 이어간다.


위인전으로 읽었던, TV다큐멘터리로 보았던, 신사임당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면,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내용이 상당하다.

난 신사임당의 이야기를 치마에 그렸던 그림 정도의 에피소드 밖에 모르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 나서 아이들의 위인전 중 신사임당을 훑어 봤다.


사임당의 붉은 비단보는 소설이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허황되지 않으면서 얼마나 재미를 유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은 독자로서, 권지예 작가는 탁월했다고 평하고 싶다.



등장하는 주변 인물들을 보면 몇가지 재미난 부분들이 있다.


어릴 적부터 친구였고, 출가 이후에도 만남이 있었던 가연과 초롱이는

영화 써니를 살짝 생각나게 한다.

주인공 사임당의 삶도 평범하지 않았지만, 물론 그것은 역사적 사실이겠지만,

명문가에 시집을 갔지만 결국 자살로 삶을 마감하는 가연과,

서얼의 신분을 극복하지 못하고, 관기로 살다가 정승집 첩으로 살게되는 초롱.

조선중기의 신분제도는 물론 우리나라 여인들의 어쩔 수 없는 삶이 안타깝기도 하면서,

숙명을 받아 들여야만 했던 사회가 개탄스럽기도 하다.


영화소재로 많이 사용되는 이루어질 수 없었던 애절한 사랑

이 책의 중요 내용인 사임당과 준서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사임당의 정인으로 나오는 준서는 서얼 출신이기에,

출발지부터 일반 양반과는 차이가 있는 양반이었다.

준서의 일생을 보면 신분 차별과 정쟁 피해자의 삶이 어떤지를 보여준다.

출세도, 사랑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조선 중기의 서얼.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준서.

역사에 서얼 출신의 훌륭한 학자들이 많은데, 그건 정조시대에나 가능했던 일이었을까?


이 책은 전반적으로 웃음을 주는 책은 아니다.

그렇지만 읽으면서 웃음 지은 부분이 딱 한 군데 있는데,

그것은 바로 율곡의 임신장면이다.

율곡은 5번째로 태어나는 아이인데, 앞에 네 명과 달리 태몽도 있고, 남편의 에피소드도 있다.

어찌보면 이 책의 문체와는 좀 달리 쓰여진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농담스럽기도 하고, 억지스럽기도 하다고도 할 수 있는.

사임당의 태몽에서는 정인 준서가 등장한다. 준서를 닮은 이이.

남편 이원수와 주막집주인과의 에피소드에서는 태어날 아기의 흉을 막아주는 것이 밤나무라는 얘기가  나옴으로써 이름이 율곡으로 지어지겠구나 생각을 하게 한다..


어찌 보면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그리워 하는 한 여인의 삶이라고 할 수도 있는 이 책은

최근 읽었던 더글라스 캐네디의 소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을 일단 사랑을 성취한다. 그 뒤는 케네디만의 감성으로 펼쳐진다.

반면 이 책은 사회적 제도를 인정하면서 그 안에서 사랑을 해야하는, 그래서 사랑을 성취하지는 못하지만, 아름다운 사랑을 보여준다.

외국 소설은 변화와 적극적인 행동을 보여준다면,

우리 소설은 순응과 소극적인 행동을 보여준다고 할수 있다.


초판이 2008년으로 되어 있는데,

이번에 신간으로 출간된 것 같다.

작가의 말에 보니 2008년에는 시기상조라 출판 할 수 없었다라고 되어 있는데,

왠지 2009년6월부터 유통된 5만원권이 그 이유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이제는 항상 볼 수 있는 신사임당.

세종대왕보다 높은 등급의 5만원권 신사임당.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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