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줄리언 반스는 2011년 「예감을 틀리지 않는다」 라는 책으로
맨부터 상을 수상했다.
맨부커 상이 뭔지 몰랐을 때,
우리나라 작가인 "한 강"씨가 수상을 함으로써 알게 된 상이다.
미국의 퓰리처상, 영국의 맨부커상.
줄리언 반스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기에,
"줄리언 반스의 부엌 사색"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이 읽게 되었다.
글 맛이 뛰어난 소설가가 쓴 요리에 관한 에세이.
요리에 여간 관심이 있지 않고는 기존 요리책을 "이 따위 레시피..."라고
싸잡아 표현하긴 쉽지 않을 텐데...
책 속에서 저자 자신을 늦깎이 요리사라고 칭하며,
요리에 대해 표현된 글귀들을 보면,
일반인 보다 요리에 관심이 더 많은 것은 확실했다.
200쪽이 안되는 분량의 이 에세이는,
읽는 내내 편안함과 내용에 대한 끄덕임을 수 없이 주었다.
책은 요리에 필요한 재료에서부터, 맛, 색상, 도구, 장소 등에 대한 다양한 내용들을 재치 있게 표현했다.
현학적 요리사, 재료의 주관적인 사이즈/주관적인 양,
레시피의 요리 시간과 실제 요리시간의 불일치,
요리 사진과 실제 요리의 엄청난 갭, 재료에 대한 모호한 설명,
틀린 또는 안 쓰는 방법에 대한 침묵, 재료의 흥망성쇄 등을
저자만의 문체로 재미있게 풀어 나가고 있다.
읽다 보면 잘 모르는 뜻의 단어들이 있는데,
친절하게도 논문처럼 각주로 설명을 해주기까지 한다.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책.
다만, 여러 레시피가 나오고, 음식에 대한 설명들이 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먹고 싶은 음식이 생각나지 않았다.
보통은 음식에 관한 책을 읽으면 입에 침이 고이기도 하고,
책을 덮고 먹을 걸 찾기도 하는데,
이 책은 그런 것과는 별 관계가 없다.
기존 요리책과 요리들에 대한 줄리언 반스의 철학적이며 비평적인 해석.
한마디로 레시피에 대한 줄리언 반스의 투덜거림.
책이 짧은 게 좀 아쉽긴 하다.
그러나 표지를 벗기면 나오는
호박 스프 색깔의 하드커버와
앙증맞게 그려진 포크, 스푼, 달팽이요리 포크가 잘 어울린다.
긴 책을 읽고 싶지 않을 때, 머리 아픈 이야기는 보고 싶지 않을 때,
뭔가 다른 걸 해야 하는데 딱히 할 일이 없을 때,
스낵을 먹는 다는 기분으로 이 책을 읽으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책 속의 그림은 누가 그린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