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 줄리언 반스의 부엌 사색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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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또 이 따위..."라는 문구가 들어간 도발적인 책이다.

제목에 레시피가 들어 있으니, 요리관련 책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 가능하다.

그런데..." 이 따위..."라는 단어는 그간의 레시피, 혹이 이 책에 나오는 레시피가 엉터리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책 표지에

줄리언 반스의 부엌 사색

이라고 부제가 달려있다.

저자 줄리언 반스는 2011년 「예감을 틀리지 않는다」 라는 책으로

맨부터 상을 수상했다.

맨부커 상이 뭔지 몰랐을 때,

우리나라 작가인 "한 강"씨가 수상을 함으로써 알게 된 상이다.

미국의 퓰리처상, 영국의 맨부커상.

줄리언 반스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기에,

"줄리언 반스의 부엌 사색"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이 읽게 되었다.

 

글 맛이 뛰어난 소설가가 쓴 요리에 관한 에세이.

요리에 여간 관심이 있지 않고는 기존 요리책을 "이 따위 레시피..."라고

싸잡아 표현하긴 쉽지 않을 텐데...

책 속에서 저자 자신을 늦깎이 요리사라고 칭하며,

요리에 대해 표현된 글귀들을 보면,

일반인 보다 요리에 관심이 더 많은 것은 확실했다.

 

200쪽이 안되는 분량의 이 에세이는,

읽는 내내 편안함과 내용에 대한 끄덕임을 수 없이 주었다.

책은 요리에 필요한 재료에서부터, 맛, 색상, 도구, 장소 등에 대한 다양한 내용들을 재치 있게 표현했다.


현학적 요리사, 재료의 주관적인 사이즈/주관적인 양,

레시피의 요리 시간과 실제 요리시간의 불일치,

요리 사진과 실제 요리의 엄청난 갭, 재료에 대한 모호한 설명,

틀린 또는 안 쓰는 방법에 대한 침묵, 재료의 흥망성쇄 등을

저자만의 문체로 재미있게 풀어 나가고 있다.

읽다 보면 잘 모르는 뜻의 단어들이 있는데,

친절하게도 논문처럼 각주로 설명을 해주기까지 한다.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책.

다만, 여러 레시피가 나오고, 음식에 대한 설명들이 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먹고 싶은 음식이 생각나지 않았다.

보통은 음식에 관한 책을 읽으면 입에 침이 고이기도 하고,

책을 덮고 먹을 걸 찾기도 하는데,

이 책은 그런 것과는 별 관계가 없다.

기존 요리책과 요리들에 대한 줄리언 반스의 철학적이며 비평적인 해석.

한마디로 레시피에 대한 줄리언 반스의 투덜거림.

책이 짧은 게 좀 아쉽긴 하다.

그러나 표지를 벗기면 나오는

호박 스프 색깔의 하드커버와

앙증맞게 그려진 포크, 스푼, 달팽이요리 포크가 잘 어울린다.

긴 책을 읽고 싶지 않을 때, 머리 아픈 이야기는 보고 싶지 않을 때,

뭔가 다른 걸 해야 하는데 딱히 할 일이 없을 때,

스낵을 먹는 다는 기분으로 이 책을 읽으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책 속의 그림은 누가 그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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