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 카스트로 & 체 게바라 - 혁명을 낳은 우정
사이먼 리드헨리 지음, 유수아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이책을 읽기 전 내가 쿠바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나의 배경지식은 미국이 원하는 대로 포장되어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독재자로서의 카스트로,
혁명과 저항의 상징 체 게바라와 그의 대륙횡단여행을 다룬 '모터사이클다이어리' (이 책을 읽으면서 체게바라 평전을 꼭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델보다는 체가 훨씬 매력적이었다. 사실 그동안 왜 한국의 젊은이들이 체에 그리 열광하고 그를 그렇게 존경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리고 사회과학에 등장하는 게임이론의 한 사례로서 미국과 소련 사이의 일촉즉발의 쿠바 미사일 위기 사건 (50,60년대 유년기를 그린 빌브라이슨의 '재밌는 세상'에도 잠깐 언급되었을만큼 유명했던 냉전시기의 사태)
이 정도였다.
 
 
이렇게 얕고 단편적인 스키마만을 지닌 상태에서 이책을 이해할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체의 평전이라도 먼저 읽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안은채 책을 읽기 시작했었다.

하지만 완독 후에는 쿠바혁명과 50,60년대의 남미상황, '체'라는 별명이 고유명사화 된 에르네스토가 왜 지금도 많은 이들의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 지 등 많은 것을 알게 되고 이해할 수 있었다.
어렵지 않으면서도 긴장감을 잃지 않고 재미있게 두 인물의 삶을 그렸고, 인터뷰와 문헌 등 근거가 있을때만 그들의 생각을 밝혀서 꽤 객관적이고 정확한 두 사람의 생각과 행적을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영국인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이나 소련이 아닌 피델과 체의 정치적,이념적,혁명적 고향인 쿠바의 시각과 입장에서 책을 썼다.
물론 이 두인물을 영웅으로 추앙할 정도까지는 나가지 않는 부분에서는 외국인의 시각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저자가 누군지 몰랐다면 나는 분명 쿠바인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체가 피델의 부하이자 동지였지만 저자는 책의 제목에서부터 피델을 앞에 배치했고 내용에서의 비중도 피델이 조금더 크게 다루어지고 있다.
저자는 체의 본명인 '에르네스토'로 체를 칭하다가 그가 브라질에서 카스트로를 만나서 혁명을 계획하게 되면서부터 얻게 된 별명인 '체'라는 유명한 호칭이 사용되기 시작한다.
체 게바라는 피델 카스트로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의사,사진사,여행가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던 시절을 끝내게 되었다.
둘은 성격도 달랐고 생각도 달라서 종종 갈등을 겪기도 했지만, 기본적인 혁명이상이 일치했고 피델은 지휘를 체는 행동을 주로 맡았다.
 
 
 
 
피델은 대학생때부터 정치적인 야망이 강했고, 그 시절의 피델은 내가 볼때 권력을 잡거나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 자신의 이념을 타협하거나 조작할 수 있을 것처럼 신념이 불확실해보였다.
머리가 좋아서 항상 평소 관심인 정치 관련 행동들을 구상하고 실행해가면서 없는 시간을 쪼개서 벼락치기공부로 법 학위도 땄다.

바티스타 독재정권을 전복하고자 처음 시도한 몬카다 습격 실패로 붙잡혀 수감되었다가 여론에 의해 석방된 뒤 멕시코로 망명한 뒤
멕시코에서 저항군을 조직하다 체를 만나게 되고 쿠바국민의 지지와 도움에 힘입어 바티스타를 몰아내고 쿠바혁명을 이뤄내었다.

피델은 엄청난 독서량에서 기반을 얻은 지식들로 무장하고 몇시간의 연설과 이념,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타국가의 수장들과의 설전에서도 시간이 모자라서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달변의 연설가였다.
쿠바혁명 중에 마이애미 협정이 혁명군은 임시정부에 절대 참여하지 않겠다는 시에라선언의 내용을 깼다는 이유로 분노했던 것과는 달리
혁명이 끝나고 세워두었던 우루티아 대통령을 곧 물러나게 한뒤 기꺼이 정권을 쥐는 모습에 혁명가와 독재자 사이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정권을 향한 욕심과 정치,외교적인 처세술과 빠른 판단, 양보하지 않는 카리스마와 신경질적일 정도로 밀어부치는 추진력을 지녔다.

쿠바혁명 뒤 한때 소련에 기울려는 피델과 중국 사회주의에 매료된 체가 갈등할 때는 실리를 추구하고 정권을 중시하는 피델 원래모습으로 돌아온 듯해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체가 표면상 쿠바와 자신의 신념을 위해 피델을 떠난 뒤 후면에서 체를 지원해주며 소련과 미국, 대륙혁명에 반대하는 국가들에 홀로 맞설 때는 체만큼이나 완고하고 사회주의 이상혁명밖에 모르는 듯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체의 죽음 이후부터 계속된 독재와 작년에 동생 라울에게 권력을 승계하는 것까지는 정말 제국주의에서 쿠바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나 정말 헷갈리는 인물이다.


 
체 게바라는 널리 알려진 두번의 대륙횡단여행을 통해 라틴아메리카의 비참한 현실을 개혁할 혁명에 대해 조금씩 꿈꾸게 되고 카스트로와 쿠바혁명을 준비하면서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게 된다.
한 곳에 머무르기를 싫어하고 여행하면서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과 같이 늘 변화를 좋아했다.

정의라고 생각하는데에 있어서 강한 신념을 가지고 타협을 싫어하고 직설적이며, 오지랖이 넓기에
아르헨티나인임에도 불구하고 쿠바혁명을 주도하고 후에는 남미전체의 대륙혁명을, 그밖의 지역이라도 사회주의 혁명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게릴라전으로 지원을 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단순히 남의 일에 참견하기 좋아하고 해결해주고 싶어한다고 할수 없는 것은
천식으로 고통받는 최악의 상황에서 아드레날린이 미량 들어있는 안약을 스스로의 몸에 주사하기도 하고,
숲속에서 게릴라전을 하다가 음식이 없으면 단식을 하다가 음식이 생기면 폭식을 하는 생존이 걸린 열악한 상황을 견뎌내고,
볼리비아에 위장 잠입하기위해 앞모발을 뽑고 치아를 교정하는 고통을 감수하며,
사랑하는 자식들이 눈앞에서 위장한 자신을 몰라보는데도 냉정을 유지하며 거리를 두는 등
이밖에도 다양하고 견디기 힘든 희생과 불편함 정도가 아닌 생고생을 기꺼이 자처한 체는
자신의 말대로 자신을 어느 나라사람으로도 여길 수 있었고, 그래서 자신의 조국에 사회주의 무장혁명이라는 신념을 실현하기 위해 뛰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이상이 냉전에서 화해모드로 접어든 소련과 미국의 골칫거리로 떠오르면서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무장혁명의 꿈은 죽음으로 끝나버린다.
 
 
마테차와 시가를 좋아하며 냉소적이면서도 자조적이었고, 악필로 자신의 많은 생각들을 정리하고 게릴라전을 벌이는 숲에서도 일기를 썼던
타협하지 않고 위험에도 흔들리지 않으면서 죽음 앞에서도 당당하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 체 게바라에게 많은 한국 대학생들이 흔들리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체게바라의 배경에는 지원과 조언을  해주던 든든한 카스트로와 쿠바가 있었던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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