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를 땄던 여름이 시작될 무렵, 마침내 우리는 두 형제가 사는 곳에서 가깝고, 내가 있는 집에서도 다리 하나만 건너면 갈 수 있는,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근사한 노인 전용 아파트로 어머니의 거처를 옮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부터 모든 것이 진짜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어둡고 엉망이 된 집에서 어머니를 데리고 나온 일이, 사실을 익숙했던 일상과 사물의 배치로부터, 습관의 힘으로 버틸 수 있던 그곳으로부터 당신을 떼어 낸 셈이 되었다. 아니면 어머니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어느 정도인지 우리가 파악을 못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2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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