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의 지역마다 자연의 풍토가 다르다.
따라서 지역마다 사람의 발성과 호흡도 달라진다.
그러니 언어가 달라지고, 이에 따라 글자 또한 서로 달라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억지로 같게 만들려고 하면 조화에 어긋난다."

글자의 생태적 성격을 이보다 잘 드러내는 고전 문헌이 또 있을까? 타당하고 아름답다. 그는 세종 시대 집현전 대제학을 역임한 정인지(1396~1478)였다. 그의 이런 생각은 「훈민정음」 해례본의 서문에 남겨졌다. 글자는 지역적 생태성을 가진다.

그때도 문득 깨달았다. 프랑스인에게든 독일인에게든 영어란 국제공용어이기 이전에 불편한 외국어일 뿐이란 사실을. 사람에게 그가 처한 지역과 그곳의 풍토 · 언어 · 공동체는 생각보다 깊숙이 개입한다. 세계화의 시대에도 지역의 실체는 공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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