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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펌 -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굳건히 서 있는 삶
스벤 브링크만 지음, 강경이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자기계발서를 아주아주 싫어한다. 내가 왜 자기계발서를 싫어하는지 아주 속 시원하게 대변해준 안티-자기계발서가 바로 이 책, 스탠드펌이다. (스탠드펌, Stand Firm : 굳건히 서 있는 법)
최근 1여년간 요즘의 유행과 흐름에 따라 출판되는 자기계발서들을 출판사로부터 아주 많이 받아서 읽었고, 서평을 써오기도 했지만 이 책을 읽고 결심했다. 앞으로 신작을 받아 서평 쓰는 일은 최대한 지양하고 (특히 자기계발서) 내가 읽고 싶은 책, 내 돈 주고 구매해서 더 솔직하게 서평을 쓰겠다고.
그동안 아주 많은 자기계발서를 출판한 출판사에서 안티-자기계발서를 출판한게 아이러니 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마음에 드는 책을 출판사로부터 받았기 때문에 읽을 수 있었던것도 또 다른 아이러니. ㅋㅋ 인생은 복잡해.
요즘 사회가 미는 유행어가 바로 자존감이라지. 사회는 '사회 자체가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자기 내면에서 해법을 찾으라 강요한다. 2016~2017년에 사회가 내어놓은 '너네 내면의 문제'라는게 바로 자존감이었고, 얼마전엔 '열정'이었다. 그 전엔 '긍정' 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 단어들에 속아 넘어갔고 지금도 속아넘어가는 중이고 앞으로도 그럴것이다. '결국 사회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잘못된 모든 것은 너네 스스로의 문제야' 라는 말을 여러가지 달콤한 단어로 포장해서 출판되는 책이 바로 자기계발서인데 말이지.
이 책은 세속적, 가속화 사회에서 마음을 굳건히 지키고 단단히 서 있을 수 있는 어른이 되는 방법으로 자기계발서의 형식을 모방하여 7가지의 단계를 제시하고 있다.
1. 멈추다 : 자기 중독 끊어내기
우선 저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열쇠가 내 안에 있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자기를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찾고, 또 그 자신이 되는일에는 본질적인 가치가 있지도 않다. 자기와 연결된 사람들에게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이야 말로 본질적으로 가치가 있는 일이다. 자아는 정확히 이해하기가 힘들며, 내면의 느낌은 믿을 만하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이자.
2. 바라보다 : 삶의 부정적인 면 인정하기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말은 곤경에 처한 사람에게 가장 모욕적인 말이다. 긍정 심리학은 사람들의 비판을 틀어막기 위한 투박한 도구로 급속히 전락했다. 긍정적 사고를 의심 없이 좇다 보면 희생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결과가 나온다. 긍정성과 행복의 강요는 고통을 생산하고 사람들을 자책하게 만든다. 인생이 힘든 건 문제 그 자체보다 힘들지 않은 척 살아야 하는 것 때문이다. 투덜대는 자유를 누리자. 투덜대는 것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그렇게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인간적 존엄을 갖출 수 있다. 자신을 믿는 것은 철저히 편협한 생각이다.
"만족스러운 바보보다는 불만족스러운 소크라테스가 되는 게 낫다."
3. 거절하다 : '아니오'라고 말하기
존엄함이란 유행을 좇는 대신 자신의 신념에 따라 살아가는 것을 뜻한다. 존엄함의 반대는 무조건 '예'라고 말하는 것이다. 의심은 열린 생각을 낳는다. 의심의 윤리란 우리가 더 자주 '아니오', '글쎄요'라고 말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망설일 권리, 다시 생각할 권리를 주장하자. 답을 알 수 없고, 때로는 문제도 알 수 없는 지금의 위험사회에서 '의심'은 우리가 딛고 설 만한 토대다. 미쳐 날뛰는 세상에서 질서 있고 일관성 있으려면 '아니오'라고 말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4. 참다 : 감정 다스리기
어떻게 해서든 진정성을(감정과 감성)을 지키려고 애쓰는 대신에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합리적인 어른이 되어야 한다. 대체로 감정은 우리가 단단히 딛고 설 토대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환경과 유행에 따라 달라진다. 부정적 감정을 다스리고 긍정적 감정도 지나치게 표현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지나친 표현은 빈말이 된다. 감성 문화에서 우리는 자존감이 높으면 좋다는 소리를 끊임없이 듣는다. 낮은 자존감은 모든 문제의 근원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사실 큰 사회문제들은 높은 자존감 때문에 생긴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많다. 통계적으로 높은 자존감은 반사회적 인격장애와 도덕성 결여와 연결된다. 자기계발서는 한 가지 구체적인 해답을 추천하지만 이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에는 한 가지 단순한 해답이 없다. 현실은 복잡하다. 화를 내지 않고 부정적인 면을 바라보는 능력을 갖추자. 무정적인 일을 삶의 일면으로 받아들이거나,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며 살자.
5. 홀로 서다 : 코치와 헤어지기
가속화 문화에서 코칭은 자아종교와 비슷하다. 쉼 없고 끝없는 향상이 운동선수에게는 유용한 구호일지는 몰라도 평범한 사람의 행복을 위한 공식으로는 적절하지 않다. 끝이 없는 계발 속에서 우리는 결코 충분히 향상될 수 없다.
6. 읽다 : 소설 읽기
자기계발서 대신 소설을 읽자. 자기계발서나 대부분의 자서전과는 달리 소설은 삶을 더 정직하게 그린다. 삶의 복잡하고 종잡을 수 없고 혼란스럽고 다면적인 모습을 그대로 그린다. 소설을 읽으면 겸허해진다. 그리고 겸허함은 끊임없는 자기탐색과 자기계발이 아니라 의무를 다하는 일로 우리를 이끈다. 많은 자기계발서들은 이념적으로 지나치게 편협한 관점을 토대로 쓰였다. 그리고 운명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지우고 사회적 문제를 개인적으로 풀 수 있다고 속인다. 자기계발서들은 어린애 같고, 의존적인 어른을 만들어 낸다.
7. 돌아보다 : 의미 있는 일을 반복하기
우리는 발전 대신 반복을 중요하게 여기고 과거를 곱씹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인간다움을 더 정확히 표현하는 길이자 성숙한 삶의 태도이다. 양심과 의무는 시간을 관통한다. 우리가 비교적 안정적인 정체성을 유지하고 다른 사람과 도덕적으로 관계를 맺으려면 과거를 알고, 과거를 돌이켜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양심에 거리낄 만한게 없다는건 기억력이 나쁘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과거의 실수를 인정하면 적절하게 행동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가 누구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하는 약속과 의무이다. 의무는 그냥 귀찮지만 해야 할 일이 아니라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그리고 우리가 근본적으로 누구인지를 표현하는 일이다. 따라서 과거를 성찰하는 일은 꼭 필요하다.
굳건하게 나의 삶을 잘 살아내는 존엄하고 아름다운 내가 되길. 그리고 우리가 되길. 사회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