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드리블 청소년오딧세이
구사노 다키 지음, 김정화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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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22일은 아키라 아버지의 기일인 동시에 아키라의 생일이었다.' 가족들은 할머니의 집에 아키라 아버지의 기일과 아키라의 생일을 위해 모였다. 간단한 제의를 지낸 뒤 바로 그 자리에서 아키라의 생일잔치를 했다. 아버지와 할아버지 사진이 놓여 있는 제단에서 향냄새가 피어올랐고, 그 옆에서는 아키라의 생일 케이크의 촛불이 피었다. 이러한 설정이나 공간의 묘사가 읽고 싶게 했다. 같은 연기가 피어오르지만 다른 감정의 연기가 피어오르는 듯한 모습.

  아키라의 아버지가 죽던 날 아키라가 태어났기 때문에 가족들은 아키라에게서 아버지의 모습을 찾았다. 그리고 기대했다. 아키라는 그것이 부담스러웠다. 농구를 하고 싶었지만 가족들은 아키라가 아버지처럼 취미로 농구를 하고 의사가 되길 바랐다. 아키라도 그걸 원한다고 믿었다. 아키라는 고등학교에 가서 진정한 친구도 사귀고, 제대로 농구도 시작하려 했다. 그동안만은 가족들이 원하는 대로 사는 척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지만 마음 속에서는 나도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어요!라고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남들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산 것은 아키라 뿐이 아니었다. 엄마도 그랬고, 행복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줄 알았던 형도 사실은 자신의 삶을 피하기 위해 집안일에 몰두하며 아키라의 뒷바라지를 했던 것이었다.

  아키라가 드리블을 한다. 공이 바닥에 한 번 두 번 튕길 때마다 아키라도, 엄마도, 형도 그리고 할머니도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다. 자신이 원하는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다. 엄마가 집에서 입던 편안한 트레이닝 복을 입고, 형이 자신의 삶을 찾아 독립하고, 할머니는 자신의 남은 인생을 위해 결혼을 했다. 그렇게 모두들 자신이 그리는 모습을 위해 조금씩 조금씩 움직인다.

  읽으며 눈물이 핑 도는 장면도 있었고, 내 속까지 통쾌해지는 장면도 있었다. 문장들이 모여 커다란 그림과 영상을 만들어 속도감 있게 읽히고 재미있게 읽혔다.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은 무엇인가. 그곳으로 제대로 나도 드리블 하고 있는 것이 맞을까. 아직 꿈을 찾지 못한 엉뚱한 곳에서 마구잡이로 공을 튕기고 있을 아이들이나 청소년도 이미 자신의 자리가 있어서 '난 이미 어쩔 수 없어'라고 생각할 어른들도 읽을 수 있는 <내 인생의 드리블>. 내가 그리며 살던, 사는 그 그림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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