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릴라 구출 대작전 암호명 바나나 ㅣ 데이비드 윌리엄스 시리즈
데이비드 월리엄스 지음, 토니 로스 그림, 박정화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23년 5월
평점 :
📚
데이비드 윌리엄스의 신간 <고릴라 구출 대작전 암호명 바나나>는 제2차 세계 대전이 벌어지고 있던 1940년 12월의 런던을 배경으로, 유약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용기 있는 열한 살 소년 에릭과 런던 동물원의 사육사 시드 삼촌, 그들의 친구인 고릴라 거트루드의 위험천만하고 박진감 넘치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세 주인공이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런던 동물원을 탈출하고, 독일 나치군의 비밀 음모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긴 책임에도 불구하고 속도감 있게 읽힌다.
전쟁의 공포와 비극이 가득한 시대가 배경인 만큼, 주인공인 에릭도 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어느 날 갑자기 유일한 가족이었던 할머니마저 잃게 된다. 세상에 홀로 버려졌다는 생각에 에릭은 큰 슬픔에 빠지지만,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 에릭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응원하는 시드 삼촌과 사랑이 넘치는 명랑한 베시 아줌마, 말은 안 통하지만 누구보다 마음이 잘 통하는 친구 거트루드를 비롯해 여러 동물 친구들이 있었다. 에릭은 그들을 통해 점점 성장해 간다.
특히 이 책에는 결핍을 가진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한다. 에릭은 전쟁으로 부모님을 잃고 유독 돌출된 귀 때문에 학교에서는 따돌림을 당하는 소년이다. 시드 삼촌은 제1차 세계 대전에서 두 다리를 잃고 양철로 된 의족을 착용하고 다닌다. 시드 삼촌이 집에서 키우고 있는 동물들도 하나같이 평범하지가 않다. 날개가 하나뿐인 앵무새, 코가 짧은 아기 코끼리, 시력을 잃은 물개, 등딱지가 없는 거북 등……. 동물원에서 버림받은 동물들을 몰래 데려온 것이다. 시드 삼촌에게는 그 동물들의 모자란 부분이 특별하다고 여겨지지만, 동물원에서는 그들이 살아남을 수 없을 거라고 판단해 안락사시키려고 했다.
데이비드 윌리엄스의 책을 읽을 때마다 이 유머러스함과 짠한 마음과 슬픔을 다 느낄 수 있게 썼을까 감탄하게 된다. 이번 책도 재밌게 읽다가 에릭의 아픔에 짠하고, 시드 삼촌이 같이 사는 동물들의 결핍을 보며 안따까움을 느끼며 결핍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결핍이 있다고 버려지는 세상이 아니라 그 결핍을 서로서로 메워주고 덮어주고 그 속에서 장점을 찾는 세상이기를. 웃음이 넘치는 세상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