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뜨거운 스물아홉
권지희 지음 / 이팝나무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아직, 스물아홉은 아니지만 조만간 다가올 스물아홉을 위해서 미리 읽게 되었다.

요즘 내가 잘 하고 있는 건지, 왜 난 이대로인건지, 앞으로 잘 할 수 있을지 등등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면 제대로 하고 있는 거다" 란다. 그래서 조금은 위안이 되기도 했다.

 

여력이 있을 때 저장해둘 수 있다면 좋겠다. 온 마음으로 살아도 시간을 견디는 힘만큼은 남겨둘 수 있었으면, 햇빛을 오려두었다가 비 오는 날 붙여넣을 수 있었으면.  p47

 

이 말에 왠지 공감이 갔다. 정말 내가 생각해도 지금 내가 이 시간에 뭐하고 있는지 모를때가 있다. 한심하지만 그럴때 그 시간을 저장해두었다가, 나중에 정말 힘들때, 바쁠때 꺼내어서 쓸 수 있다면..그렇다면 정말 조금은 더 견딜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 

 

삶이란 결국 끝없는 자리 바꾸기 같은 것이다. 몰랐던 것을 그 자리를 지날 때쯤 알게 된다. 냄새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늘 타인에게 들키기 쉬운 것. 지금 내 자리에 다른 사람이 와 앉을 때쯤이면 나는 또 다른 이유로 시름할 것이다. 삶이 보여주는 한결같음. 어쩜 항상 '시름 천국' 이다.  p88

 

예전엔 알지 못했던 것들이 이제야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이미 시간은 지나고 또 다른 시간이 내게 오고 있다. 하지만 다가오는 시간들은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는 모른다. 그래서 나도 시름할 것이다. 어렸을 때 엄마께서 하시는 소리를 그냥 잔소리로만 들었는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다 맞는 말이였다. 엄마는 이미 나와 같은 시간을 지나왔기 때문에 나에게 이 시간에 맞는 것을 조언해주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알면서도 엄마의 조언을 또 잔소로로만 듣고 있다. 정말 어쩔 수 없는 건가...

 

나는 행복한 바보들을 많이 알고 있다. 바보가 아니면 행복해질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해도 상대방에게 전부를 걸 수밖에 없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참을 수 없을 만큼 좋은 이유는 뭘까. 그들의 바보짓에는 하품처럼 전염성이 있다.   p148

 

지금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계산하면서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행복한 바보가 되는 일은 오히려 더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내 주위에도 이런 행복한  바보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전염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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